“독감으로 학급 초토화…제발 등교 자제해달라” 보건교사들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1일 17시 00분


환자 수 작년의 14배…7∼18세에 집중
전염성 심해 학교-어린이집 무더기 감염
“의사가 격리 필요 진단하면 기간 지켜야”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보호자와 줄을 서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9~15일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 환자는 6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명의 14.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보호자와 줄을 서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9~15일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 환자는 6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명의 14.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아이가 A형 독감에 걸렸는데 학교를 며칠 쉬어야 할까요. 토하고 난리네요.”

“보건교사입니다. 아이들 독감 걸리면 제발 학교에 보내지 말아주세요. 그 반 초토화됩니다.”

“저희 아이 학교는 지난주까지 괜찮았는데 오늘 한꺼번에 10명 결석이래요.”

올해 겨울을 앞두고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유아·청소년들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동네 소아청소년과마다 환자가 몰린 탓에 진료 대기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고, 각 학교에서는 독감으로 결석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 독감이 유행한 가운데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에는 독감 진료를 받기 위해 어린이와 부모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줄 서고 있다.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 독감이 유행한 가운데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에는 독감 진료를 받기 위해 어린이와 부모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줄 서고 있다.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6주 차(11월 9~15일) 의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는 66.3명으로, 직전 주(50.7명)보다 30.8% 늘었다. 1000명당 의심 환자는 42주(7.9명)에서 매주 늘고 있다. 올해 46주째 의심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4.6명)의 무려 14.4배에 달한다.

연령별로 보면 1000명당 의심 환자는 보육, 교육 등의 이유로 집단 생활하는 7~12세(170.4명)와 13~18세(112.6명) 등 학령기 청소년에게 집중됐다.

때문에 어린 자녀나 학생이 있는 가정은 최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온라인 맘카페에는 21일 현재 “저희 애 반은 지난 2주 동안 끝났는데 저희 아들은 오늘 시작하네요”, “저희애도 오늘 확진받았어요 흑흑. 병원가니 반 친구이자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서 서로 당황. 나란히 앉아서 수액 맞았어요”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학교 측도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독감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이 등교해 그 반에 독감이 퍼진 사례도 있다고 한다. 스스로를 학교 보건교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교실에서 열나면 보건실 내려옵니다. 수액 맞고 잠시 떨어져도 또 열이 난다”며 “최소 이틀은 지나야 등교가 가능한데 하루만 지나고 학교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진료확인서에는 ‘5일 격리’로 적혀있는데 등교시켰길래 학부모에게 전화해보니 ‘다른 사람들도 보내서 저도 보냈다’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보건교사는 본인도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20년차라면서 “독감 한 명 걸리면 그 반 초토화된다”며 “어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전화오면 안 받고 꺼버린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라며 분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44주에 19.0%에서 46주에 36.9%까지 늘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검출률(3.6%)의 10배 수준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독감 입원 환자 수도 46주 기준 490명으로 4주간 증가세다.

서울 강동구에서 8살 초1, 6살 어린이집 두 딸을 키우는 이모 씨(42)는 최근 첫째가 먼저 독감에 감염됐고, 하루 뒤 둘째도 감염됐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 소속 어린이집과 초교에 독감이 퍼졌고,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 절반 가량이 못 나오게 됐다. 초교는 소속 반의 담임 선생님까지 감염됐다. 이 씨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 때문에 퍼진건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학교와 어린이집에 죄송하다는 말 여러 번 했다”고 토로했다.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이 시작된 15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이 독감 무료 예방 접종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10.15 뉴시스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이 시작된 15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이 독감 무료 예방 접종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10.15 뉴시스
질병청은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어르신과 어린이, 임신부는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현재 주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H3N2)으로 일부 변이가 확인됐지만,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여전히 효과가 있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질병청은 접종을 강력 권고한다. 임신부 역시 독감에 걸리면 폐렴, 조산 등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신 시기와 관계 없이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면역력이 형성되려면 2주 가량 걸리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백신의 종료에 관해서도 3가 백신, 4가 백신 등이 있는데 효과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도 3가 백신 접종을 권고했고, 굳이 4가 백신을 맞지 않아도 예방 효과는 충분하다고 한다. 국산 백신과 수입 백신도 역시 효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질병청의 설명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인플루엔자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 예방 접종”이라며 “65세 이상 노인은 코로나19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한 번의 의료기관 방문으로 동시 접종을 받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예방접종 해달라”고 강조했다.

#독감#인플루엔자#질병관리청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