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숨길 게 없다”…엡스타인 자료 공개 찬성으로 선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7일 16시 27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재가동을 위한 임시 예산안 서명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됐으며 저소득층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인 스냅(SNAP) 등이 정상화됐다. 2025.11.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재가동을 위한 임시 예산안 서명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됐으며 저소득층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인 스냅(SNAP) 등이 정상화됐다. 2025.11.13.
월스트리트 출신의 억만장자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 조사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이 18일 미국 하원 표결을 앞둔 가운데 그동안 파일 공개를 강하게 반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숨길 게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마가(MAGA) 진영 일각에서도 엡스타인 자료 공개 요구가 터져 나오며 공화당 이탈표가 쏟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공개하는 데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며 “우리는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공화당의 위대한 성공, 특히 ‘민주당 셧다운’에 대한 승리를 깎아내리기 위해 급진 좌파 광신자들이 날조한 사기극에서 벗어날 때”라며 민주당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재차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는 엡스타인 자료 공개를 추진한 공화당 의원들에 직접 전화를 건 데 이어 팸 본디 법무장관 등이 면담을 통해 표결 중단을 설득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벌여왔다. 또 의회 내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이 자료 공개를 요구하자,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지지를 철회했다. 그린은 16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내 생명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잘못된 행동”이라며 “자료 공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원 표결은 앞서 12일 표결 실시를 위한 서명에 민주당 의원 214명 전원에 공화당 의원 4명이 합류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하원 표결도 공화당 일부에서 찬성표가 나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CNN은 “공화당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상징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실제 자료 공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 통과가 쉽지 않은데다, 통과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엡스타인 자료 공개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공화당에서 40명 넘게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동 발의자인 토마스 마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ABC방송에 찬성표를 던질 공화당 의원이 10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엡스타인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WSJ은 엡스타인이 지인들과 주고 받은 이메일 2300여 건의 절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직전인 2016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빈도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WSJ에 따르면 엡스타인이 친구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기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넘기는 내용 등도 자료에 포함돼 있다. 이밖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500번 넘게 거론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견제 차원에서 미 법무부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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