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여행 자제령에 센카쿠 무력시위… 日, 대사 초치 맞불

  • 동아일보

[거칠어지는 中-日 갈등]
中 항공사 “일본행 티켓 무료환불”… 소셜미디어엔 “日 불매운동” 봇물
17∼19일 서해서 실탄 사격훈련 예고
日 “경제에 타격 주려는 실력행사”… 다카이치 ‘대만 발언’ 갈등 격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집권한 이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7일 다카이치 총리가 현직 총리 최초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발동해 개입할 가능성을 거론하자 중국은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령을 내리며 일본 경제에 대한 압박으로 맞섰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본 여행을 포기하고 일본 제품의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양국의 군사 대립 가능성 또한 거론된다. 중국 해경국은 16일 해경 함정 편대가 동중국해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순찰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17∼19일 서해 일대에서 실탄 사격 훈련도 실시하기로 했다. 양국의 대립이 장기화하면 동북아를 넘어 국제 정세 전반에 격랑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22일,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해결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中 “日 여행-유학 자제”… 경제 압박 강화

중국 외교부와 주일본 중국대사관은 14일 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본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지도자들이 대만과 관련해 노골적이고 도발적인 발언을 해 양국 교류 분위기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일본 내 중국인의 신변 안전과 생명에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된 것이 이유라고 주장했다. 홍콩 보안국 또한 15일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는 공지를 게재했다.

중국 교육부 또한 16일 “일본에 체류 중이거나 유학을 계획 중인 유학생들은 현지 치안 상황을 잘 살피고, 향후 (유학) 계획에 신중을 기하라”고 공지했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일본 내 중국인 유학생은 12만3485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36.7%를 차지했다.

15일 중국 3대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은 다음 달 31일까지 무료로 일본행 항공편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 등은 중국의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 권고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실력 행사의 일환일 것으로 분석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748만 명. 한국(679만 명), 대만(503만 명), 미국(239만 명)보다 훨씬 많다. 일본을 찾은 중국인이 올 3분기(7∼9월)에 쓴 금액만 5901억 엔(약 5조5000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소비의 2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2023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등 일본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강도 높은 경제 보복을 가했다. 일본 기업들은 대규모 반일 시위 및 불매 운동, 대규모 항공·숙소 예약 취소 등에 시달리며 큰 피해를 입었다.

● 다카이치 취임 후 갈등 격화

두 나라는 과거부터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등을 강하게 비판한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후 내내 갈등을 빚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새 일본 총리가 취임할 때마다 축전을 보내던 관행을 깨고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했지만 셴카쿠 열도, 대만 문제 등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특히 1일 다카이치 총리가 린신이(林信義) 대만 총통부 고문을 경주에서 접견하자 중국은 “악질적”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 와중에 다카이치 총리가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대만을 돕겠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양측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올랐다.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총영사는 하루 뒤 소셜미디어로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더러운 목을 베어 버릴 것”이라는 극언을 퍼부었다. 논란이 일자 이 글을 삭제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집단자위권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며 중국과 맞섰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13일과 14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주중국 일본대사, 우장하오(吴江浩) 주일본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중국#일본#갈등#집단자위권#일본 불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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