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한 식단’, 추위 노출된 듯 지방 태워 체중 감소… 비만 치료 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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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1월 14일 14시 46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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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덜덜 떠는 일은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매력적인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추위에 노출되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쾌적한 온도에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여러 연구에서 냉기에 노출되면 사람과 쥐 모두에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몸에 저장된 연료를 태워 열을 생성하는 자연적인 과정을 열 생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두 가지 아미노산을 줄이는 식단만으로도 추위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지방 연소 효과를 모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체중 감량 치료제 개발의 잠재력을 지녔다.

과학자와 제약회사들은 오랫동안 체온을 실제로 낮추지 않고도 동일한 열 발생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즉, 몸이 ‘추운 상태’라고 느끼게 만들어 지방을 태우는 것이다.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eLife에 발표한 연구를 주도한 남덴마크대학교 생화학·분자생물학(BMB)부의 비만 연구원 필립 루퍼트(Philip Ruppert) 박사와 얀-빌헬름 콘펠트(Jan-Wilhelm Kornfeld) 교수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온도 대신 식단으로 열 발생을 촉진하는 방법을 탐구했다.

▣ 두 가지 아미노산,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연구진은 메티오닌(Methionine)과 시스테인(Cysteine) 두 가지 아미노산에 주목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에서, 연구진은 이 두 아미노산의 먹는 양을 줄이면 섭씨 5도에서 지속적으로 냉기에 노출된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 소모와 체중 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의 함량이 적은 먹이를 먹은 쥐들은 냉기에 노출된 쥐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에너지를 소모했다.

7일간 식단을 조정한 결과,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섭취를 줄인 쥐들이 일반 먹이를 먹은 쥐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동물성 단백질에 풍부
콘펠트 교수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쥐들은 다른 쥐들과 동일한 양의 먹이를 섭취했고, 활동량도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열 생성은 20% 증가했다. 이 때문에 몸무게가 더 많이 감소했는데, 더 먹거나 더 많이 운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더 많은 열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들어 있다. 반면, 건강한 노화를 돕는 채소, 견과류, 콩류 같은 식물성 식품에는 적게 들어 있다. 따라서 육류, 달걀, 유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와 비건은 자연스럽게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을 적게 섭취한다.

피하 지방 연소… 체중 감량 된다는 의미
연구진은 증가된 에너지 소모가 체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도 조사했다. 결과는 피하에 존재하는 베이지색 지방(beige fat) 저장소에서 일어났다. 냉기에 의한 열 생성과 식이로 인한 열 발생 모두 이 베이지색 지방에서 지방이 연소되었다. 루퍼트 박사는 “베이지색 지방은 열 생성이 냉기에 의해서든 식단에 의해서든 구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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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 지방의 열 생성 원리
베이지색 지방세포는 차가운 기온이나 운동 할 때 나오는 아이리신 같은 특정 호르몬에 반응해서 세포 내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열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인 UCP-1을 다량 만들어 낼 수 있다. UCP-1은 미토콘트리아가 백색 지방을 연소시켜 열을 발생하도록 한다.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백색 지방이 소모되면 체중이 줄어든다.

이번 연구에서는 메티오닌·시스테인 제한 식단이 추위에 노출된 것과 같은 효과를 냄으로써 같은 기전을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비만 치료 응용 가능성
남덴마크대학에 따르면, 연구진은 비만 문제를 겪는 사람이 특별한 노력 없이 에너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비만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또한,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을 적게 함유한 기능성 식품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콘펠트 교수는 “예를 들어, 위고비(체중 감량 약물) 복용 환자가 동물성 단백질을 제외한 식단으로 바꾸면 체중 감소 효과가 추가될 수 있는지 연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제한점
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가 인간에게 나타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이 결과는 식단이 인간의 열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식단이 실제 환경에서 인간에게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지 밝혀야 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7554/eLife.1088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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