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1.14. 뉴시스
미국이 반도체 통상 분야에서 한국을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는 조건으로 관세를 부여하기로 했다. 한국산 자동차, 차 부품 등은 15% 관세율이 확정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반도체 232조 관세는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의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상 주요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 인하는 한미 관세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최종 조인트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에는 해당 조건이 명문화됐다.
미국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도 동일한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 “미국은 반도체 교역 규모가 한국과 동등하거나 더 큰 제3국과 맺게 될 향후 협정에서 제시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조건을 한국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일종의 최혜국 대우 방침을 명문화 한 셈이다.
양국은 양해각서(MOU)에 따른 한국의 연간 대미 투자 금액이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공약 이행이 한국의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면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이 이를 적절히 검토하기로 했다.
한미 간 입장차가 있었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이번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김 실장은 “쌀, 쇠고기 등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추가 시장 개방은 담지 않았다”며 “양국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대한민국은 미국과 협력해 식품 및 농산물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아울러 △양자 협정 및 의정서에 따른 기존 약속 이행 보장 △농업 바이오테크 제품 승인 절차 간소화 △미국 기업 신청 건에 대한 적체 해소 △미국 원예제품 수입 요청 전담 미국 데스크 설치 △특정 명칭을 사용하는 미국산 육류 및 치즈의 시장 접근권 보호 등이 명시됐다.
아직 세부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의약품 관세의 경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15%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또 복제 의약품, 미국 내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천연자원,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에 대한 15% 상호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는 미국산 차량의 ‘연 5만대’ 수입 상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다만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총 수입 대수가 4만7000대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자동차와 부품 관세 15% 인하 시기에 대해선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등에서도 미국 기업이 차별 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불필요한 장벽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위치정보, 재보험, 개인 정보 등 분야에서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원활히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사실상 구글의 지도 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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