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계기업 제대로 퇴출됐다면… 韓 GDP 0.4~0.5% 더 성장했을것”

  • 동아일보

[한창 일할 30대가 쉰다]
“정부 지원에 연명, 최소 10조원 손해
기업 구조조정 지연, 성장 둔화 초래
규제 혁신해야 저성장 구조 탈피”

뉴스1
이자도 갚지 못해 부도 위험이 큰 한계기업들이 그간 제대로 퇴출됐더라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4∼0.5% 성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명목 GDP를 적용하면 최소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손해본 셈이다. 한국이 1990년대 이후 주요 경제 위기를 맞을 때마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이 정부의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며 버틴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은행은 ‘경제 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성장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 저생산성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신생 기업들의 원활한 진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2200여 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기업에서 투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했으며, 이러한 투자 부진은 수익성 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2020년 팬데믹발 위기 등 경제 위기를 거치며 성장 추세가 둔화됐는데 이는 대부분 민간 소비와 민간 투자의 위축 탓이라고 판단했다. 위기를 맞았을 때 한계기업 퇴출이 지연되는 바람에 신생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고 투자가 늘지 못해 성장이 둔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뜻이다.

한은 조사 결과 퇴출 고위험 기업은 2014∼2019년 약 4%였지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인 2022∼2024년에는 ‘퇴출 고위험’ 기업 비중이 3.8%였으나 실제 퇴출 기업 비중은 0.4%로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퇴출 고위험 기업이 제대로 정리되고 정상 기업이 그 자리를 채웠다면 국내 투자는 2014∼2019년 3.3%, 2022∼2024년에는 2.8%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GDP는 각 기간에 0.5%, 0.4%씩 늘었을 것으로 조사됐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난해 제대로 이뤄졌다면 지난해 명목 GDP가 2556조8574억 원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최소 10조2274억 원에서 최대 12조7843억 원이 증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는 퇴출 고위험 기업이 정상적인 기업보다 투자를 현저히 적게 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나 퇴출이 원활했다면 상당한 투자 증대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투자 증대는 직접 효과를 넘어 2차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한은은 투자 확대에 따른 고용 증가가 가계소득 증대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선별적이고 보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종웅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한계기업의 퇴출은)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생태계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 더해 규제 완화로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우리 경제의 미래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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