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버핏 “더는 연례보고서 안 쓸것…조용히 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1일 11시 32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10일(현지 시간) 주주 서한을 내고 “나는 더 이상 버크셔의 연례보고서를 쓰지도, 주주총회에서 끝없이 이야기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조용해질 것(going quiet)”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매년 연례보고서 앞부분에 주주들을 대상으로 서한을 작성해왔는데, 올해 말 은퇴와 함께 이를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버핏은 주주들이 후임 최고경영자(CEO)를 신뢰할 때까지 버크셔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버핏은 이날 공개한 서한에서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서 난 95세의 나이로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놀랍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서 균형 감각, 시력, 청력, 기억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움직임이 느리고 읽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지만, 일주일에 5일은 사무실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연례보고서 서한은 더 이상 작성하지 않지만, 매년 추수감사절 맞이 서한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버핏은 서한에서 자신의 일생을 회상하며 “내 인생의 후반이 전반보다 더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과거의 실수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그 경험에서 조금이라도 배우고 나아가면 된다. 개선하기에 늦은 때란 결코 없다”고 조언했다. 특히 알프레드 노벨을 예로 들며 “노벨은 자신이 죽었다는 오보를 보고 ‘죽음의 상인’이라는 표현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 일을 계기로 행동을 바꿔 인류에게 공헌하는 상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당신의 부고 기사에 어떤 내용이 실리길 바라는지 스스로 정하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라”고 전했다.

버핏은 ‘황금률’, 즉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는 인생 원칙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청소부도 회장만큼 똑같은 인간임을 기억하라”며 “지위와 직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부재를 우려하는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후임자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을 지칭하며 “훌륭한 경영자이자, 지치지 않는 근면한 일꾼이며, 정직한 소통자”라며 주주들이 에이블 부회장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때까지 버크셔 A주를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 주가는 변덕스러울 수 있고 지난 60년 동안 세 차례나 경험했듯 50% 가까이 하락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절망하지 말라. 미국은 다시 일어설 것이며 버크셔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녀들의 재단에 대한 기부 속도를 높이겠다며 최근 총 13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네 개 가족 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4개 재단은 수전 톰슨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하워드 G. 버핏 재단, 노보 재단 등으로 각각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사업, 여성 건강권지지, 공교육 개선, 빈곤층 지원, 글로벌 식량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은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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