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김 총리는 10일 오전 종묘 정전을 찾아 “오늘 이곳에 와서 보니 종묘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더 깊이 느끼게 된다”며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종묘 코앞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종묘 방문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K관광 부흥에 역행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 2025.11.6 뉴스1정치권에선 김 총리가 오 시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을 두고 내년 6·3 지방선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리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김 총리 등의 차출론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중앙정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해 유감”이라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김 총리와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묘만 둘러보지 말고 60년째 판잣집 지붕으로 덮인 세운상가 일대의 현실을 함께 봐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건물 높이 기준을 완화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대법원은 이달 6일 문화재 주변의 건설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의 조례 개정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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