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뇌출혈 환자 연간 2만4000명 발병
“반신마비·의식불명·사망에 이를 수도”
전조증상 없어…극심한 두통으로 시작
ⓒ뉴시스
갑자기 망치로 내려 찍는 것 같은 극심한 두통이 느껴지거나 어지러운 증상을 호소한다면 단순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 증상이 반복된다면 뇌출혈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뇌에 혈액이 유출되는 질환을 말한다. 이때 흘러나온 혈액이 뇌 조직을 압박하거나 손상시키면서 의식 저하나 마비, 언어장애 등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출혈은 발생하는 순간부터 압력과 출혈 자체로 뇌가 손상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골든타임이 없어 회복이 어렵다고 알려진 뇌출혈은 국내에서 매년 2만4000명 가량 발병하고 있다. 뇌졸중,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은 지난해 기준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뇌출혈이 생기는 주요 원인으로는 ‘뇌동맥류’와 ‘고혈압’이 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뇌출혈의 원인 중 30%를 차지한다.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면서 터질 수도 있고,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라는 심각한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뇌동맥류는 건강검진을 통해 터지지 않은 상태로 많이 발견되는데, 국내에서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발견되는 경우는 1년에 약 6만명 뇌동맥류가 터져서 발견되는 경우는 1년에 약 6500명 정도다.
고혈압성 뇌출혈은 뇌동맥류나 동정맥기형(출혈성 질환)과 같은 뇌혈관질환이 없더라도 고혈압으로 인해 뇌 안의 모세혈관들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한순간에 반신마비가 되거나 의식불명, 사망까지 이르게 할 정도의 무서운 질환이라서 주로 발생하는 부위(호발부위)가 있지만 뇌 전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동정맥기형, 모야모야병, 해면상혈관종 같은 뇌혈관질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뇌출혈도 있다. ‘외상성 뇌출혈’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낙상, 교통사고 같은 두부외상으로 발생하는 뇌출혈이며 비외상성 뇌출혈과는 출혈형태와 부위, 예후 측면에서 차이가 많이 있다.
뇌출혈의 무서운 점은 뇌경색과는 다르게 전조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망치로 내려찍는 것 같은 극심한 두통으로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고, 두통이 심하지 않더라도 한쪽의 팔다리 마비와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동반되면 뇌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뇌출혈이 발생한 순간부터는 빠르게 뇌손상이 진행이 되고, 그 이후에는 뇌부종과 재출혈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한다.
이시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경색은 막힌 혈관을 개통 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으나 뇌출혈은 골든타임이 없다”며 “아무리 병원에 빨리 오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최대한 빠르게 응급실로 가는 것이 최소한의 장애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검사를 통해 뇌출혈의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되면 치료가 결정된다. 치료의 목적은 두 가지인데, 당장의 출혈로 인한 뇌압 상승을 수술과 약물로써 조절하는 것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다.
뇌출혈을 예방하려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체인구대비 뇌출혈의 발생률이 증가하므로 50세 이후에는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또는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CTA) 같은 뇌혈관검사를 미리 해보는 게 좋다.
특히 검사를 통해 뇌출혈의 높은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뇌동맥류와 같은 뇌혈관 질환을 미리 발견한다면, 코일색전술 또는 클립결찰수술로 완치에 가까운 예방효과를 보일 수 있다. 처음 검사를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5~10년 간격으로는 찍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뇌출혈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혈압 관리’다. 자주 혈압을 체크하는 것이 좋은데, 혈압이 높을 때는 가까운 병원에서 혈압약을 처방받도록 해야 한다.
이시운 교수는 “뇌동맥류 같이 뇌출혈의 원인이 되는 뇌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혈압을 130 미만으로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금연과 절주가 중요하며 체중관리에도 늘 신경을 쓰는 것이 좋고 당뇨, 고지혈증 조절 및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뇌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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