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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전직 간호사가 자신이 돌보던 환자 10명을 약물 과다 투여로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간호사는 야간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고령의 환자들에게 약물을 주입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아헨(Aachen)지방법원은 전날 44세 전직 간호사에게 10건의 살인과 27건의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종신형을 내렸다. 가석방도 불허했다.
● 미국 사형집행에 사용되는 약물도 주입
아헨지방법원 대변인은 “이번 범행은 특히 중대한 범죄로 판단됐다”며 “이는 종신형을 받은 피고인이 15년 복역 후 석방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간호사는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 사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뷔르젤렌의 병원에서 근무하며 고령의 환자들에게 진정제와 마취제, 진통제 등의 약물을 과다 투여했다. 그가 사용한 약물 중에는 미국 일부 주에서 사형집행에 쓰는 진정제 미다졸람도 있었다.
검찰은 피고인이 야간 근무 중에 업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평소 자신의 직업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 “환자 죽이려는 의도 아니었다” 변명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누군가의 생명을 끊을 의도로 약을 투여한 게 아니고, 환자들을 재워 잘 돌보려 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 중병을 앓고 있던 피해자들이 약물 때문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이 성격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환자에 대한 연민이 전혀 없었고 재판 내내 반성의 기색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피고인이 이전 병원 근무 당시에도 유사한 사망 사건이 있었는지 추가 조사 중이며, 아헨 검찰은 추가 기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 “2019년에도 85명 살해 간호사 종신형”…독일 사회 충격
독일에서는 2019년에도 한 남성 간호사가 85명의 환자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는 독일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꼽힌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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