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멤버’ 이승우를 춤추게 하고… ‘포옛 리더십’ 빛났다

  • 동아일보

‘V10 달성’ 전북 우승 미디어데이
훈련땐 ‘호랑이’ 밖에선 ‘친구’처럼
선발과 벤치 멤버 모두 사로잡고, ‘승강PO’ 수모 극복-왕좌탈환 지휘
포옛 “올시즌 두번째 트로피에 집중”

이승우
“수없이 고민했지만 그래도 전북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챔피언 전북의 ‘슈퍼 조커’ 이승우(27)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승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승우는 올 시즌 K리그1 22경기에 출전했는데 14경기가 교체 출전이었다. 승부욕 강하기로 유명한 이승우로선 벤치 멤버로 뛴다는 게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하지만 거스 포옛 전북 감독(58·우루과이)은 이승우의 마음을 달래며 조커로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었다. 포옛 감독은 이날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승우와는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나는 항상 네가 필요하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이승우는 7월 포항전(3-2·전북 승)에서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만회 골을 터뜨렸고, 8월 안양전에선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우는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지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전북이 수원FC를 2-0으로 꺾고 파이널 라운드(34∼38라운드) 돌입 전 ‘조기 우승’을 확정한 지난달 18일 정상 등극을 자축하는 화려한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거스 포옛
거스 포옛
올 시즌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포옛 감독은 훈련장에선 ‘호랑이’ 같은 모습으로 기강을 잡았고, 훈련장 밖에선 ‘친구’처럼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이런 사령탑의 리더십 속에 선발과 벤치 멤버가 똘똘 뭉친 전북은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렀던 수모를 이겨내고 왕좌를 되찾았다. 주장 박진섭(30)은 “감독님이 평소에는 편하게 선수들을 대하지만 운동장에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기색이 보이면 호통을 치셨다”고 전했다. 포옛 감독은 선수가 운동장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사생활은 터치하지 않았다. 그는 “길거리에서 선수와 마주친다면 그 상황에선 내가 더는 보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거 선덜랜드(잉글랜드), 레알 베티스(스페인) 등을 이끌었던 포옛 감독은 유럽 축구 중심부에서 멀어져가던 지도자였으나 전북의 부활을 이끌며 재평가 받고 있다. 올 시즌 도중 포옛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낸 유럽 구단들도 있었다. 포옛 감독은 “올해 6월 몇몇 클럽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전북의) 우승이 꽤 가까운 상황이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먼 미래에 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다. 포옛 감독과 전북의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다.

전북은 내달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와 코리아컵(옛 대한축구협회컵) 결승전을 치른다. 전북은 2020년 이후 구단 사상 두 번째로 2관왕에 도전한다.

#전북#이승우#포옛 감독#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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