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성모 마리아를 더 이상 ‘공동 구속자(救贖者·구세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가톨릭 계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논쟁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현지 시간) 개정해 공표한 ‘신앙인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Faithful People)’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 구속자(Co-redemptrix)라는 칭호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는 인간 구속(대신 속죄해 구원함)의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예수의 인간 구속 사역을 도왔을 뿐 공동으로 행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신앙인의 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을 담은 교리 문서다.
교황청은 “공동 구속자란 표현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 즉 예수만이 주님에게 무한한 희생을 바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체라는 사실을 가릴 위험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성모 마리아를 참되게 공경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모 마리아를 “구원과 은총의 일에서 첫째이자 으뜸가는 협력자”로 규정하고, ‘주님의 어머니’ ‘주님의 충실한 신앙인의 어머니’ 등 모성을 나타내는 칭호를 쓰길 권고했다.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역대 교황들조차 다른 입장을 취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등 21세기 교황들은 이번 지침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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