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이 2일 흥국생명과의 방문경기에서 3-0(25-19, 25-18, 25-19) 완승을 거둔 뒤 기념사진을 남겼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날 승리하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페퍼저축은행 제공
“아직 시즌 초반이고 경기는 계속 남아있다. 기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기쁨은 잠시, 남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겠다.”
프로배구 여자부 1위를 달리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의 장소연 감독은 4일 이렇게 말했다. 선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만년 꼴찌’ 페퍼저축은행이 2021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V리그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2일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과의 방문경기에서 3-0(25-19, 25-18, 25-19) 완승을 거두며 3승 1패로 승점 8을 기록 중이다. 한국도로공사와 승점과 승패가 같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앞섰다.
페퍼저축은행은 9월 여수·NH농협컵 대회 때 1승도 챙기지 못했다. 그러나 V리그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장 감독은 “소위 ‘예방주사 맞았다’는 표현처럼 더 단단하게 리그를 준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분기점은 리그 개막전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조이(24·미국)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도 현대건설에 3-0 승리를 거뒀다. 장 감독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며 “코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볼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뒷심도 좋아졌다”고 했다.
아시아쿼터 선수로 영입한 베테랑 미들 블로커 시마무라 하루요(33·일본)가 파란을 이끌고 있다. 일본 대표팀 주축이었던 시마무라는 V리그 데뷔 첫 4경기에서 59점을 기록 중이다. 장 감독은 “시마무라가 가운데에서 플레이를 다양하게 가져가다 보니 공격 분산이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전에서도 조이(16점)를 비롯해 시마무라(13점), 이한비(13점), 박정아(10점) 등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장 감독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으로는 리시브를 꼽았다. 장 감독은 “이기는 경기를 보면 리시브 효율이 기록으로 봐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박정아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다혜와 이한비의 커버 범위를 넓혔는데 잘 버텨주고 있다”고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6일 GS칼텍스와 안방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까지 잡아낼 경우 구단 최다 연승(3연승) 기록에 다시 도달하게 된다. 장 감독은 “최종적으로는 20승에 목표를 두고 시즌을 시작했다. 탄력을 더 받는다면 봄 배구 진출까지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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