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찾기 스마트 안경 등 지역 신산업 생태계서 ‘보물 178개’ 탄생

  • 동아일보

지방 살리는 ‘산학연 협력 엑스포’
오늘까지 대구서 혁신 성과 공개
혁신 엔진-인재 양성 플랫폼 도약
생성형 AI 아나운서가 공동 진행

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산학연 협력 엑스포’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산학연 협력 엑스포’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장시간 서서 일하면 발이 너무 아파요. 걸음걸이도 이상해지고….” 부산 지역 한 판매직 종사자가 토로한 고충이다. 보행 불균형과 만성 발 통증은 고령층을 포함해 많은 이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의 한 대학 연구팀, 지역 기업, 연구기관, 시민이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엄지발가락 내재근(內在筋)을 활성화해 바른 걸음을 유도하는 ‘할룩스 매직 인솔’이라는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이 탄생했다.

이 성공 사례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대구 엑스코 서관 전시장에서 개최되는 ‘2025 산학연 협력 엑스포’에서 공개된 수많은 혁신 성과 중 하나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구시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이번 엑스포는 ‘지역과 함께, 산학연으로 여는 신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총 357개 기관이 참여하며 지역 혁신 생태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러 부처가 힘을 합쳐 마련한 장으로 지역 기반 신산업 생태계 조성 성과를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 기술 개발 넘어 인재 양성 플랫폼으로

할룩스 매직 인솔 개발 과정은 산학연 협력이 단순히 기술 상용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인재 양성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

이 프로젝트는 동의대 연구팀(학), 지역 기업 위즈브라운과 델타코리아(산), 한국소재융합연구원 및 부산테크노파크(연)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진행됐다. 대학 연구팀은 족저압 및 보행 데이터 분석과 학술 검증을 주도했으며 연구기관은 로봇 보행 시험과 소재 안정성 평가를 수행했다.

특히 학생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동의대 대학원생 및 학부생들은 단순 연구 보조를 넘어 아이디어 발굴, 시제품 제작, 제품 브랜드화는 물론이고 시민체험단 운영 및 해외 전시회 출품 지원까지 개발 전 과정에 실무형 연구 인력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을 지도한 이수경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공공·산업·대학의 삼각 협력 체계가 기술성뿐 아니라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시민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 지역 혁신 엔진, ‘지산학연’ 협력 모델 제시

이번 엑스포는 관람객들이 지산학연 협력 성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홍보관, 지역성장관, 신산업관 등 세 가지 분야별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지역성장관과 신산업관의 융합이었다. 지역성장관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라이즈(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와 연계해 ‘5극 3특’(수도권, 대경권, 동남권, 중부권, 호남권 및 강원도, 전북도, 제주도) 초광역권별 우수 혁신 성과를 전시했다.

전시된 지역 혁신 사례 중 경남대는 증강현실(AR)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합한 ‘길 찾기 스마트안경 시스템’ 플랫폼을 선보였다.

순천대는 스마트팜 작물 자동 인식 및 수확 기술, 이차전지 셀 자동 제조 플랫폼 활용 시제품 등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한 산학 공동 연구 성과를 전시했다.

신설된 신산업관에서는 AI, 바이오·헬스케어, 미래 모빌리티·로봇, 친환경 에너지·기후 등 국가 전략 분야와 연계된 우수 성과 178개를 선보였다. 이 중 고려대는 딥테크(멀티 모달 AI) 기술을 활용한 ‘시니어 여성 헬스케어 플랫폼’을 시연하며 관람객이 혁신 제품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전남대는 AI 센서의 얼굴 인식 기능을 이용해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춰 트래킹되는 ‘AI 로봇 암 제어 통제’ 기술을 선보였으며, 한서대는 ‘UAM(도심항공교통) 저충실도 4축 모션 시뮬레이터’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구현했다.

● 글로벌 협력과 미래 인재 채용의 장

전시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가 산학연 주체 간의 소통과 교류를 촉진했다.

엑스포 첫날인 29일에는 17개 지자체와 지역 RISE 센터가 참여해 초광역 협업 모델을 논의하는 ‘RISE 초광역 협업 기반 조성을 위한 매칭데이’가 진행됐고, 30일에는 ‘지산학연 협력의 글로벌화를 위한 국제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는 일본 야마구치현립대의 이와노 마사코 부총장 등 해외 전문가도 참여해 지역 혁신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제1회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 링크루트+(RISE-Recruit+)’가 개최돼 취업 연계 기회를 제공했으며 초중고교 학생들을 위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이번 엑스포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눈에 띄었다. 개막식에서는 생성형 AI 아나운서가 공동 아나운서로 활약했고 모든 부대행사에서 AI를 활용한 실시간 회의록이 제공됐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심화로 인구와 기업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대학 교육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며 “교육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주력 산업과 대학 교육 과정을 연계하고 기업 현장의 문제를 대학의 연구와 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산학연 협력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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