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진핑 회담 D-2…中 “韓핵잠수함? 비핵화의무 이행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0일 16시 37분


中 “韓美, 지역 평화 증진하는 일 하길”
주변국 첫 반응… FT “中 불안하게 할 수도”
李대통령, 앞서 “北-中잠수함 추적 필요”
北 건조 추진… 일본도 도입 경쟁 나설 듯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도입 추진에 30일 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핵잠수함 도입 요청을 승인한 이후 나온 주변국의 첫 반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내달 1일 경주에서 예정된 가운데, 중국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잠수함 도입 건에 대해 “중국은 관련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양측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측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일을 하길 바란다”며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확고히 걸으며, 방어적인 국방정책과 우호적인 주변 외교정책을 견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언제나 지역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이 대통령은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도록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는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 중국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중국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핵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우리 한반도 동해와 서해의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하루 뒤인 3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건조 장소까지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며 중국을 언급한 점,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이를 승인한 과정을 모두 지켜본 뒤 입장을 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서해의 불법 조업 문제, 해상 구조물 문제 등을 놓고 중국과 종종 마찰을 빚어왔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도입해 서해에 배치한다면 중국으로썬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핵잠수함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양국의 논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현재 북한은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 중이다. 일본도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함에 따라 핵잠수함을 도입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관세 협상을 지렛대로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도입 허가를 전격적으로 받아내면서, 일본도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이 안보 동맹국에 핵잠수함 도입 허가를 요청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능력 확대, 중국의 군사적 태세 강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핵잠 도입) 발표는 중국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앞서 호주에 핵잠수함을 공급하는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AUKUS) 동맹 프로그램은 베이징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고 전했다.

핵잠수함은 소형 원자력 발전 기관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핵잠수함은 기존의 디젤 기관 등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재래식 잠수함보다 잠항 기간(바다 아래서 작전을 수행하는 기간)이 길고 소음도 적어 적에게 탐지될 위험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 여부는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서해가 중국, 동해가 일본과 접한 우리나라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경계심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경우 중국의 군사적 위협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영방송 ‘미국의 소리(VOA)’가 지난해 진행했던 전문가 토론회에서 에릭 프렌치 뉴욕주립대 교수는 “한국이 유사시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데 핵잠수함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중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1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관련 안건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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