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조명-TV 켜놓고 자면…심장병 위험 50% 높아져”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0월 24일 09시 27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밤 시간에 밝은 빛에 노출되면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개인별 야간 조도와 심장 건강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로, 의학 학술지 미국 의사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8만 8905명(평균 연령 62.4세)을 대상으로, 1주일간 손목에 착용한 센서를 통해 측정한 총 1300만 시간 이상의 야간 조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대 9년 반 동안 추적 관찰했다.

어두운 방보다 밝은 방에서 잔 사람, 심장병 위험 50% 이상 높아

참가자들은 평균 야간 조도(illuminance)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0~50백분위(0.62럭스): 달빛 혹은 어두운 방 수준
51~70백분위(2.48럭스): 희미한 실내 조명
71~90백분위(16.37럭스): 일반 침실 조명
91~100백분위(105.3럭스): TV나 스마트폰 불빛 수준

분석 결과, 가장 밝은 빛(91~100백분위)에 노출된 사람은 어두운 환경(0~50백분위)에서 잔 사람보다 △심부전 위험이 56% △심근경색 위험이 47% △관상동맥질환과 심방세동 위험이 각각 32% △뇌졸중 위험이 28% 더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운동, 식습관, 수면 습관, 흡연·음주, 유전적 요인 등을 모두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밤의 불빛, 생체시계 교란시켜 심장에 부담”

연구를 이끈 다니엘 윈드레드(Daniel Windred) 플린더스대 FHMRI 수면건강연구소 연구원(박사)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밤에 밝은 빛을 쬔다는 사실만으로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밤의 인공조명이 생체시계를 교란해 심혈관계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우리 몸은 아침이면 코르티솔이 분비돼 신체활동을 돕고 저녁에는 멜라토닌이 분비돼 수면 준비를 한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체온, 혈압, 심박수 등 생체리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빛을 쬐면 분비가 억제된다.

연구진은 “야간의 빛 노출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면, 혈압과 혈당 조절, 혈액 응고 등 대사 과정이 교란돼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젊은 층에서 특히 민감… “여성의 생체시계가 빛에 더 예민”

공동저자인 션 케인(Sean Cain) 플린더스대 의과대학 교수는 “여성은 빛에 의한 생체시계 교란에 남성보다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통 여성은 남성보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생리적 보호 효과가 있지만, 밤에 밝은 빛에 자주 노출되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동저자인 앤드루 필립스(Andrew Phillips) 의대 부교수는 “이 문제는 교대 근무자나 대도시 거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켜둔 채 자는 일상적인 습관도 심혈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불 끄기”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이며, 한국에서도 암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진은 “야간 조명은 식습관·운동 부족·흡연처럼 관리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봐야 한다”며 조금만 신경 쓰면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윈드레드 박사는 “커튼을 완전히 닫고, 조명은 어둡게 하고,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을 피하는 것이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5.39031

#수면#조명#심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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