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치료법 없는 치매…AI 활용 예측법 개발 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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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조기 발견과 치료
내년 국내 치매 환자 100만 명 예상… 수십 년 연구됐지만 원인 규명 안돼
약물 치료로는 일부 증상 악화 억제… MRI 등 고비용 검사 AI로 대체 기대

최근 제주도에서 치매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한 제6회 알츠하이머병신경과학포럼이 열려 치료법과 진단법 등 최신 정보들이 오고 갔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번 포럼 총괄하신 분 중에 조선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이건호 단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을 모셔서 치매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극복 방안에 대해 자세히 인터뷰 해봤습니다.
노인 인구 증가로 치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내년이면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고 2050년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5일 조선대·분당서울대병원이 공동으로 연 ‘제6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에서 치매 진단과 치료법에 대한 최신 연구들이 발표됐다. 포럼의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이건호 조선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을 만나 치매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극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알츠하이머병은 극복 가능한 질환인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현재는 없다. 수십 년간 원인을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해 왔지만 아직 완벽히 질환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원인 기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치료제도 일시적인 증상 호전이나 악화를 일부 억제하는 정도다. 환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 걱정이다.”(김 교수)

“결국 안 걸리는 게 중요하다. 암도 그렇지만 알츠하이머병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교수)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나.

“기존엔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으로 뇌 사진을 찍어 치매를 조기에 진단했다. 이는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뇌인지기능검사법이 개발되어 어느 정도 치매 예측이 가능해졌다. 물론 100% 확진을 할 수는 없지만 위험군을 찾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현재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어 앞으로 1∼2년 안엔 디지털 치매 예측 AI가 상용화될 것이다.”(이 교수)

“현재 국내에서는 혈액 검사라는 선별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최종 진단은 전문의에 의해 이뤄진다. 치매를 포함한 노인성 인지장애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국내 의료시스템상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분야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김 교수)

―치료에 대한 최근 트렌드는 어떠한가.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는 크게 3가지다.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로 분류되는 약물로 일부 인지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 증상에 따른 약물을 적절히 사용하면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질환에서 나타나는 이상행동과 심리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최근엔 치매 유발 인자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 단일항체를 주사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약물이 개발돼 일부 사용 중이다. 하지만 고가에 매달 두 번씩 주사를 맞아야 되고 약물 효과도 높은 편이 아니다. 1∼2년 후엔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이야기되고 있는 치료법들은 아직 정식 허가를 받을 만한 임상연구 결과가 없다.”(김 교수)

“치매는 예방이 최선책이다. 아쉽게도 중증 치매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약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최근엔 디지털 치료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면 컴퓨터 게임과 유사한 형태의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꾸준히 훈련하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먹어서 치매를 예방하는 기능성 식품도 개발되고 있다. 결국은 치매는 뇌신경세포가 죽기 때문에 생기는 병인데 그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뇌의 염증이다. 뇌 염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되지만 유해성 세균들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몸의 유해균은 주로 구강과 장에 서식한다. 따라서 구강과 장에 있는 유해균을 잘 관리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중요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치매를 유발하는 세균 성장을 억제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개발됐다. 현재 유효성 입증을 위한 인체 적용 시험이 진행 중이라 결과가 기대된다.”(이 교수)

―치매 예방을 위한 노력들이 중요할 것 같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요약하자면 첫째,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 걷기, 골프, 등산 등의 다양한 신체 운동이다. 둘째, 하고 싶은 것은 재미있게 활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김 교수)

“치매 환자와 달리 건강한 사람은 동기가 약해 치매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먼저 뇌 건강에 나쁜 흡연과 지나친 음주는 삼가야 한다. 또 집에만 있지 말고 친구나 지인을 만나 즐겁게 소통하는 시간을 늘리고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통해 우울과 고독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치매 고위험군을 장기 추적한 결과 치주질환이 있거나 치아 수가 적은 사람이 치매가 빠르게 진행된다. 좋은 양치 습관과 주기적인 치석 제거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이 교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알츠하이머#조기발견#ai활용 예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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