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구소녀’ 이주영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꿈 저라도 응원하고 싶었죠”

이해리 기자 입력 2020-06-18 06:57수정 2020-06-1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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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경력은 짧지만 뚝심 있게 독립영화의 주역으로 활약해온 배우 이주영. 이번에는 영화 ‘야구소녀’의 마운드에 올라 색다른 야구 이야기를 펼쳐낸다.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 배우 이주영이 독립영화 ‘야구소녀’를 선택한 이유

실제 고교 야구부에서 훈련…완전 죽을맛
영화 속 주수인은 마치 ‘작은 히어로’ 같아
나도 체대 출신 연기자…불가능한 꿈 없죠

‘독립영화의 별’. 배우 이주영(28)을 가리키는 수식어 가운데 하나다. 대학에 다니던 2012년 단편영화 ‘조우’로 연기를 시작해 2016년 ‘춘몽’, 2017년 ‘꿈의 제인’, 2019년 ‘메기’ 등 그 해를 대표하는 독립영화에 출연한 덕분이다. 길지 않은 경력에도 다부진 연기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도 개성 강한 주연 영화의 힘에 있다.

“집중하면서 파고드는 연기에 목말라 있었어요.”

이주영이 18일 개봉하는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택한 이유다. 또 독립영화다. 하지만 제작 규모는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단연 탄탄한 만듦새와 메시지로 깊은 공감을 안긴다.

영화는 고교 야구부의 유일한 여성선수이자, 최고 구속 134km, 탁월한 볼 회전력까지 겸비한 ‘천재 야구소녀’ 주수인의 이야기다. 1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주영은 “주변에서 전부 불가능하다고 말리는 수인의 꿈을, 저라도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 “논술로 체대 입학”…연극수업 듣고 배우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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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은 ‘야구소녀’ 출연을 준비하면서 실제 프로구단 입단을 준비하는 고교 야구부원들과 한 달여 훈련을 함께 했다. “선수들의 능력과 제 실력이 비교돼 몇 번이나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그는 “극중 남자선수들은 다같이 라커룸을 쓰지만 수인은 화장실 한 칸을 라커룸으로 쓰지 않나. 훈련을 하면서 소녀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야구소녀’의 한 장면. 사진제공|KAFA

여성이 프로야구 선수로 뛰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프로구단에 등록된 여성선수가 없을뿐더러, 그동안 프로무대에 진출했던 이도 없다. 하지만 실제 프로야구 규정에 따르면 여성도 선수가 될 수 있다. 극중 이주영처럼 고교시절 이름을 날린 덕수고 투수 안향미 등이 꾸준히 프로세계의 문을 두드린 사례도 있다. ‘야구소녀’가 다룬 이야기가 결코 판타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영화에서 ‘여자는 프로에 갈 수 없다’면서 야구를 포기하라고 말리잖아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앞길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요?’라는 대사가 와 닿았어요. 왜 프로에 못 간다고 하는 거죠? 저한테 주수인은 ‘작은 히어로’ 같아요.”

꿈을 이루는 뚝심이라면 이주영도 만만치 않다. 연기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뚝심 있게 꿈을 밀고 나가 얻은 결실이다. 그는 연기를 전공하기 전 체대에 진학해 1년여 공부를 하다 교양과목으로 선택한 연극수업에 매료돼 연극영화과로 전과하면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이전까지 연극 한 편 직접 본 적 없지만, ‘꽂힌’ 이후로는 대학로를 바쁘게 드나들었고, 극단 생활도 했다.

“민망한 얘기지만 체대는 논술시험으로 갔다”며 웃는 그는 “운동이 익숙하긴 해도 ‘야구소녀’를 거치면서 야구는 정말 어려운 스포츠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더니 극중 포지션인 투수를 콕 짚어 각별한 예찬론을 펼쳤다.

“여러 포지션이 있지만 투수는 신체 균형이 잘 잡혀 있어야 하고 근력도 따라줘야 해요. 전반적으로 시합을 운영하는 위치잖아요. 영화에서 주수인은 시속 134 km를 던지지만, 실제 촬영 때 저는 50∼60km도 어려웠어요. 하하! 겨우 한 달 연습한 처지이긴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정말 외로웠어요.”

배우 이주영.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 소신 강한 인물 연기…“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메시지가 분명한 독립영화에서 주로 활약했고, 최근 트랜스젠더 역할로 출연한 화제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까지 더해져 이주영은 주관이 뚜렷하고 소신도 확실할 것 같은 이미지를 다지고 있다. 출연작으로 쌓은 당당한 이미지는 실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그는 SNS에 ‘배우’가 아닌 ‘여배우’라는 표현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 주목받았다. 굳이 성별로 배우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었다. 내내 회자되는 발언을 두고 이주영은 “무언가를 대변하고 싶다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나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내 생각은 이래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우리 같이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요, 그런 말을 걸고 싶다”고도 말했다.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로 차츰 성장하는 그에게 요즘 주변에선 ‘잘 되고 있으니 걱정 없겠다’는 반응을 내놓는다고 했다. 이주영의 생각은 다르다. “이제 출발하는 느낌”이라며 “만나지 않은 감독님과 배우들이 훨씬 더 많으니 버킷리스트를 채워가듯 하나씩 이루고 싶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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