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크러쉬 “영혼 불어넣은 곡들 팬들께 위로 됐으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9일 06시 57분


두 번째 정규앨범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를 내놓은 가수 크러쉬가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5년 만에 새 앨범을 낸 그는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사진제공|피네이션
두 번째 정규앨범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를 내놓은 가수 크러쉬가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5년 만에 새 앨범을 낸 그는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사진제공|피네이션
■ 5년 만에 새 앨범 낸 R&B 가수 크러쉬

‘웨이크 업’ ‘잘자’ 등 하루의 시간 담아
“2년전 공황장애 겪으며 일기 쓰게 돼
음악은 아플때 나를 위로해주는 창구”


R&B 가수 크러쉬(신효섭·27)의 이름 앞에는 늘 ‘음원강자’ ‘음원깡패’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활발하게 방송 출연을 하지 않고 요란스러운 (앨범)홍보를 하지 않아도, 심지어 ‘날고 긴다’는 선후배 가수들에게 협업 제의도 많이 받는다. 감미로운 보컬에 프로듀서 능력까지 갖췄으니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일이다.

덕분에 크러쉬는 ‘오아시스’, ‘그냥’, ‘잊어버리지마’부터 드라마 ‘도깨비’ OST ‘뷰티풀’ 등 히트곡이 수두룩하다. 성격도 밝고 입담도 뛰어나 주위에 늘 사람들이 넘쳐난다. 어느 것 하나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지만, 불과 2년 전 그는 공황장애를 앓았다.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대에 서는 것도 두려웠고, 자신이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혼자라는 외로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크러쉬가 5일 발표한 정규 2집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는 오롯이 그 시간을 이겨낸 자신과 팬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같은 앨범이다. 그동안 1, 2곡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싱글은 자주 선보였어도 빼곡히 12곡을 담은 정규 앨범은 무려 5년 만이다.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하는 그를 최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너무 긴장되고 만감이 교차해 “위가 꼬일 정도”라는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닌 듯 보였다. 최근 체중이 6kg이나 빠졌다.

가수 크러쉬. 사진제공|피네이션
가수 크러쉬. 사진제공|피네이션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구상한 때가 3년 전이에요. 곡을 작업하는 스타일이 느리지 않은데, 작업했다가 반복하기를 수십 번 했죠. 온전한 상태로 작업을 하기 쉽지 않아서 만들었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냉동실에 보관하고, 또 꺼내서 작업하고…”

앨범명인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는 자정부터 일출까지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의 하루의 시간을 순서대로 담았다. ‘웨이크 업’, ‘티격태격’, ‘선셋’, ‘슬립 노 모어’ ‘잘자’ 등 차례로 들어보면 크러쉬의 일과를 엿보는 것과 같다.

“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일기를 썼어요. 수록곡 모두 일기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일기장에 쓴 한 부분을 발췌한 내용도 있고요. 하루는 한강으로 산책을 갔는데 아침과 밤이 공존하는 오전 6시, 그 풍경을 잊을 수 없었죠. 동쪽엔 해가 떠 있는데, 서쪽은 아직도 깜깜한 밤이고, 그게 마치 저와 같았어요. ‘나는 지금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생겼어요.”

가수 크러쉬. 사진제공|피네이션
가수 크러쉬. 사진제공|피네이션

공황장애 이후 그의 삶은 물론 음악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었다. 아직도 인생과 음악에 대한 정확하게 방향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강약 조절”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과거에는 삶과 음악에 0부터 100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는데 이젠 아니에요. 제가 아플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안식처가 음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그랬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음악으로 위로를 해주고 싶어요. 이번에 궁극적인 목표가 생겼는데, 건강하게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거예요.”

그는 더 이상 “음원강자”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성공해야한다”는 노림수가 있다면 가수로서 기회가 줄어들고, 더는 도전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뜻에서다.

“물론 부담이 크죠.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게 가수의 숙명이잖아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건 좋은 음악이에요’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이번엔 그래요. 하하!”

● 크러쉬

▲ 1992년 5월3일생
▲ 호서대학교 실용음학과 졸업
▲ 2012년 여성 래퍼 치타와 혼성그룹 ‘마스터피스’ 데뷔
▲ 2013년 자이언티, 스윙스 등 노래에 참여해 주목
▲ 2014년 정규 1집 ‘크러쉬 온 유’로 솔로 데뷔
▲ 2016년 이색 ‘멍 때리기 대회’에서 우승
▲ ‘오아이스’, ‘잊어버리지마’ 비롯해 드라마 ‘도깨비’의 OST ‘뷰티풀’ 등 음원강자로 자리매김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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