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 ‘검은사제들’ 감독이 보여주는 낯섦의 미학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20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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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스틸 컷
‘사바하’ 스틸 컷
낯설고 신비롭다. ‘사바하’(장재현 감독)는 이 낯선 감성을 통해 관객들에게 ‘종교란 무엇이고, 선과 악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사바하’는 기독교와 불교의 세계관이 결합된 흥미로운 미스터리 스릴러였다.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불교적인 세계관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가 색달랐고, 이 같은 주제를 참신한 사건들로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독창성이 돋보였다.

영화는 1999년 ‘그것’의 탄생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내레이터인 금화(이재인 분)는 ‘그것’과 함께 태어난 쌍둥이 동생이다. ‘그것’은 엄마의 뱃속에 함께 있었던 금화의 다리를 물어뜯어 한쪽 다리를 절게 만들었고, 흉측한 외모를 가졌으며 기괴한 소리를 낸다. 금화는 ‘그것’을 귀신이라 부른다.

다소 괴기스러운 프롤로그가 끝나고 잘생긴 외모로 ‘후원’을 요청하는 ‘사짜’ 느낌의 박목사(이정재 분)가 등장한다. 박목사는 신흥종교 비리를 캐내는 극동종교문제연구소의 소장으로 BMW를 타고 다니며 (목사에게는 금기시 돼있는) 담배도 피운다. 그는 현재 최근 알게 된 사슴동산을 캐고 있는데, 이를 위해 불교에 귀의한 고등학교 후배 해안스님(진선규 분)의 도움을 받는다.

여기에 미스터리한 또 한 명이 등장한다. 정비공 나한(박정민 분)이다. 나한은 어두운 밤 영월 터널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철진의 앞에 나타나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한다. 철진이 자살하는 날 그와 함께 있었던 나한은 어느 순간부터 금화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두 사슴동산의 비밀을 파헤치는 박목사와 그 비밀의 중심에 선 나한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박목사는 선과 악을 나누는 기독교적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불교 세계관’을 더욱 이해하게 되면서 불교 밀교에서 시작된 사슴동산의 비밀에 다가가고, 나한은 금화와 ‘그것’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문제를 다시 보게 된다. 한 축이 이성적인 추리로 관객에게 지적인 즐거움을 준다면, 한 축은 인간의 연약함과 종교적인 신비의 양면성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몰입을 끈다.

‘사바하’의 재미는 소재의 낯섦에서 온다. 온통 낯설고, 그래서 무섭기도 한 재료들을 보고 있으면 홀린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다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는 맥거핀도 있으니 신비로움은 가중된다. 그러나 이 낯섦을 그저 나열하지만 않았다는 점, ‘진짜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섬세하게 배치된 구조가 끝까지 관객들의 집중력을 끌어낸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사제들’이 그랬듯 유머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영화의 톤이 너무 어둡게 흘러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았다.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등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나한의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 가진 죄책감과 고통, 신념 등의 감정을 두루 보여준 박정민의 연기가 훌륭하다. 20일 개봉.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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