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떠나 사람관계 이야기”… “아재 로망 채워주는 드라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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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주인공 나이 24세 차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 논란 후끈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적나라하게 나오는데 이를 정당화하는 드라마 아니에요?”

“남녀 주인공들의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싫어요.”

최근 방송인 유병재의 팬 카페에 올라온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대한 글이다. 유 씨가 10일 “작가님 감독님 배우님들은 하늘에서 드라마 만들라고 내려주신 분들인가 보다”는 감상을 올리자 팬들이 반발한 것. 유 씨가 “그 정도 표현마저 막으면 창작자들은 얼마나 (운신의 폭이) 좁고 외롭겠냐”고 답글을 달자 한동안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유 씨가 “제가 부족했다”는 사과문을 올리자 온라인에서는 찬반으로 입장이 나뉘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병든 할머니를 모시며 거칠고 절박하게 사는 지안(이지은 역)과 인생의 내리막을 걷는 만년 부장 동훈(이선균 역)이 주인공으로, 극 중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21세와 45세다. 나이차가 24세에 달하는 설정은 과거 뮤직비디오 ‘챗셔’로 롤리타 신드롬(소녀에 대한 성적 집착) 홍역을 치렀던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캐스팅된 시점부터 시청자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사채업자 광일(장기용 역)이 지안의 배와 얼굴 등을 때리는 장면이 방송되자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이 대거 올라왔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도 제기된 상태다.

김원석 PD는 11일 열린 간담회에서 “여타 드라마에는 여성 시청자의 자기 동화와 감정 이입이 전제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PD는 ‘미생’이나 ‘시그널’처럼 러브라인을 부각하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아왔다. 그는 논란에 대해 해명하던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드라마를 향한 논란은 우리 사회가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친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보인다.

한 누리꾼은 “드라마가 말하려는 건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계 맺기”라고 옹호했다. 반면 직장인 최모 씨(27·여)는 “어린 여성이 나이 많고 사연 많은 남성을 이해한다는 설정에 공감이 안 된다. 그냥 아저씨들의 로망을 채워주는 드라마 아니냐”고 말했다. 시청자 양모 씨(29)는 “부장급 기혼 남성이 어린 애인을 두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이를 미화시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안이 동훈에게 입을 맞추려고 시도한다거나, 동훈을 좋아하느냐는 광일의 질문에 ‘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나의 아저씨’ 제작진은 “후반부에 인물들의 관계가 더 드러날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나의 아저씨#아이유#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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