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에 가려진 ‘비운의 원석’…몰라봐서 미안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6시 57분


영화 ‘용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용순’.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방송·가요계 숨은 명작들

2017년에도 많은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음악이 대중을 만났다. 하지만 그 중에서 대중의 높은 관심과 애정, 인기까지 얻은 작품은 손에 꼽힌다. 올 한 해 대중의 화려한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한번쯤은 다시 보고 들어볼 만한 ‘비운의 명작’을 소개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 영화

18세 소녀 용순의 진짜배기 성장드라마

● ‘용순’


몰라봐서 미안하다. 고백컨대, 개봉하고 나서도 미처 챙겨보지 못했다. 그러니 소개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이렇게 단단한 영화일 줄이야. 판타지를 걷어낸 진짜 성장드라마의 등장. 체육선생님을 짝사랑하는 18세 소녀 용순의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은데도 왜인지 자꾸만 감정을 건드린다. 여배우들까지 자극시킨 작품. 김혜수는 올해 인상 깊은 영화로 ‘용순’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놀라웠다”는 그의 감상평은 정확했다.

영화 ‘여교사’.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영화 ‘여교사’.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대작 영화들에 가려진 ‘김하늘의 진가

● ‘여교사’


김하늘의 새로운 진가, 숨은 실력자임을 드러낸 유인영의 가치를 기사로 전하기엔 기자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사랑과 욕망 그 어디쯤에서 해매는 두 여교사와 남학생의 이야기가 처절하게 펼쳐진다. 이렇게 ‘묻힐’ 영화가 아닌데, 작년 1월 개봉해 11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독히 없던 ‘대진운’도 아쉬움을 더한다. 하필 현빈·유해진의 ‘공조’, 정우성·조인성의 ‘더 킹’과 같은 시기에 나올 건 뭐람….

영화 ‘폭력의 씨앗’. 사진제공|찬란
영화 ‘폭력의 씨앗’. 사진제공|찬란

군대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그린 ‘문제작’

● ‘폭력의 씨앗’


아예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정보를 접한 이들은 반드시 챙겨봤다는 그 문제작. 군대와 폭력이라는,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소재를 다루지만 이야기의 힘이 너무 강해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힌다. 폭력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어떻게 자라는지 내밀하게 보여주는 수작. 군대와 인간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탓에 눈 질끈 감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이다. 주연 배우 이가섭과 연출자 임태규 감독의 이름을 단단히 외웠다. 곧 대세가 될 테니까.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내 전생은 무엇일까? 9년을 쏟은 휴먼 다큐

● ‘다시 태어나도 우리’


9년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를 작업하는 일은 어떤 과정일까. 문창용 감독이 기획부터 촬영, 개봉까지 9년의 시간을 쏟아 부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전생을 기억하는 9살 린포체 소년과 그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스승의 이야기. 린포체는 전생의 업을 잇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티베트 불가 고승을 뜻한다. 요즘 저승의 이야기(신과함께)가 관객을 사로잡고 있으니 ‘전생’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민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 방송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우리가 못 자는 이유’. 사진제공|KBS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우리가 못 자는 이유’. 사진제공|KBS

꿈을 향해 달리는 청춘들의 ‘밝은 오늘’

●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우리가 못 자는 이유’


못 자는 이유? 딱 하나다.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그렇다고 팍팍한 현실을 탓하는 건 아니다. 그저 꿈을 꾸고 싶을 뿐이다. 꿈은 멀리 있지 않으며, 그래서 더욱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아직은 보잘 것 없어 보여도, 꿈을 꿀 수 있기에 청춘인 거다. 그런 청춘에 관한 생생한 보고서라고 하면 과언일까. 임지규와 임세미가 그려낸 청춘의 한 일상은, 가진 것 없지만 그래서 어쩌면 더 밝은 오늘을 말해주는지 모르겠다.

SBS 예능프로그램 ‘마스터키’. 사진제공|SBS
SBS 예능프로그램 ‘마스터키’. 사진제공|SBS

마스터키를 찾기 위한 속고 속이는 심리싸움

● SBS 예능프로그램 ‘마스터키’


스타들의 속고 속이는 심리싸움이 꽤 재밌다. 12명의 스타가 12개 열쇠 가운데 2개의 마스터키를 찾아내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벌인다. 자신의 손에 진짜가 쥐어져 있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당황하며 둘러대는 모습이 웃음을 준다. 또 진짜인지 알아내려고 상대를 요리조리 구슬리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다양한 게임은 ‘X맨’ ‘런닝맨’ 등을 떠올리게 해 추억의 시간까지 제공한다.

tvN 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사진제공|tvN
tvN 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사진제공|tvN

2037년의 오늘은? SF 드라마 ‘새로운 시도’

● tvN 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타임 슬립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시간이동 드라마이다. 2017 년과 2037년의 한국을 배경으로 두 공간을 오가지만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도 신선하고, SF 장르가 드라마로도 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드라마 속 미래 한국의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람들이 시스템에 의해 감정이 조절 당하는 등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장면이지만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 사진제공|화이브라더스코리아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 사진제공|화이브라더스코리아

추위도 녹이는 20세기 남녀의 순수한 사랑

●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


방송사 노조의 파업으로 큰 타격을 받은 작품이다. 첫 방송 날짜가 여러 번 연기되고, 종반에는 다음 드라마 방영시기와 맞추기 위해 일일드라마급 편성이 되기도 했다. 시간도 수시로 변경되는 등 최악의 방송 환경이었다. 지금이라도 엉덩이 붙이고 제대로 시청하는 건 어떨까. 다시보기 서비스는 본 방송과 달리 분량을 30분씩 나누지 않으니 몰입하기 더 좋다. 한예슬과 김지석의 통통 튀면서도 순수한 사랑이 추위를 녹인다.

■ 가요

신승훈의 첫 디지털 싱글 ‘리미티드 에디션’ 타이틀곡 이미지. 사진제공|도로시컴퍼니
신승훈의 첫 디지털 싱글 ‘리미티드 에디션’ 타이틀곡 이미지. 사진제공|도로시컴퍼니

이대로 묻히기 아쉬운 ‘발라드 황제’의 신곡

● 신승훈 ‘리미티드 에디션’


‘발라드 황제’가 오랜만에 신곡을 내놓았는데 이를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음악은 변하지 않아도 세대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음원차트의 주요 이용자들이 10∼20대라고 해도,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음원차트는 없었다. 신승훈이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다고 해도 그의 노래까지 찾아듣게 하는 힘은 부족했나보다. 영국풍 모던 록의 맑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세월의 변화만큼 더 담백해진 목소리를 이대로 흘려보내기 너무 아쉽다.

김사월의 ‘7102’ 앨범 이미지. 사진제공|포크라노스
김사월의 ‘7102’ 앨범 이미지. 사진제공|포크라노스

다섯 공간에서 녹음한 ‘감수성 폭발 라이브’

● 김사월 ‘7102’


누구라도 그의 목소리를 한번 들으면 단박에 매료될 것이다.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김사월이 가장 좋아하는 다섯 곳의 공간에서 공연하고 녹음한 라이브 앨범답게 작은 공간에서 바로 앞에 마주앉은 이에게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특히 수록곡 중 무반주 내레이션만으로 구성된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쉴 수 있는 사람’은 김사월만의 탁월한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유승우의 네 번째 미니 앨범 ‘로맨스’ 이미지.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유승우의 네 번째 미니 앨범 ‘로맨스’ 이미지.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벌써 스무살…성숙해진 목소리에 귀가 사르르

● 유승우 ‘로맨스’


‘고막 남동생’이 아니라 ‘고막 남친’이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 2012 년 ‘슈퍼스타K’ 시즌4에서 15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던 그가 어느덧 스무 살이 되어 사랑을 이야기한다. ‘청년 감성’이라는 부연도 괜한 게 아니다. 싱어송라이터의 역량을 가득 담아 사랑, 설렘,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음악에 녹였다. 한층 성숙해진 그의 목소리까지 감상할 수 있다. 6곡의 수록곡이 짧게만 느껴진다.

밴드 아이엠낫의 첫 정규 앨범 ‘HOPE’ 이미지. 사진제공|그래비티뮤직
밴드 아이엠낫의 첫 정규 앨범 ‘HOPE’ 이미지. 사진제공|그래비티뮤직

‘음악 천재’들이 제시하는 한국 록의 새 이정표

● 아이엠낫 ‘HOPE’


임헌일, 양시온, 김준호로 구성된, 이른바 ‘음악하는 천재’들이 모인 밴드다. 이 역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세 뮤지션 모두 1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온 덕분에 음악적으로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록 음악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지금, 록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그동안 선 굵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록은 이들을 통해 얼마나 섬세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될 수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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