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0일 워너원, 1990년대를 소환하다

신곡 3곡 추가 리패키지 앨범 내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무대에 선 아이돌그룹 워너원. 이날 15분짜리 장편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멤버들은 “응원해 주시는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좋은 음악과 무대를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민 프로듀서를 위한 신제품’은 치밀하게 준비됐다. 이번엔 1990년대와 가족 코드가 소환됐다.

데뷔 100일을 맞은 아이돌그룹 워너원이 13일 오후 3개월 만에 신곡을 담은 앨범 ‘1-1=0(Nothing Without You)’을 발표했다. 올 8월 데뷔 앨범 미니 1집에 새 노래 3곡을 더한 리패키지(repackage·재포장) 앨범이다.

워너원은 가요 연습생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4∼6월)에서 시청자 투표로 선발된 상위 11명으로 결성된 그룹이다.

신작은 30대 이상 팬덤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워너원의 핵심 팬덤은 20대이지만 엑소나 방탄소년단 같은 기존 남성 아이돌 그룹에 비해 중장년층 팬들의 열기가 뜨겁다. 새 타이틀곡 ‘Beautiful’의 분위기는 3개월 전 타이틀곡으로 세웠던 ‘에너제틱’과 많이 달라졌다.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다름없는 군무를 추며 ‘너와 나의 입술이 점점’ ‘딴 남자들은 넘보지 말게’ 등의 구절을 부르던 ‘에너제틱’에서 벗어났다. ‘아쉬움 많은 노래가 하늘에 닿기를’ ‘어렸어’ ‘당연한 거라 그땐 생각했었어’ 같은 새 가사는 연인부터 여러 연령대의 가족 구성원에게 두루 통할 모호함을 노렸다.

○ 권투 신인왕전, 오토바이, 당구장 격투신… 1990년대의 맛

강다니엘

신곡 ‘Beautiful’의 뮤직비디오에서 조성모, god가 떠오른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가요 뮤직비디오 같은 분위기다. 이후 사라진 이른바 드라마타이즈(영화적 구성의)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8분이 넘는 긴 재생시간으로 워너원에 의해 부활했다. 얘기는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란 뉴스로 시작한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린 시절이 묘사된 뒤, 시간을 넘어 등장한 워너원 멤버들은 권투 신인왕전을 준비하는 복서, 경찰공무원 임용시험 준비생 등으로 나온다.

이들이 당구장에서 폭력배와 시비가 붙어 싸우다 시장 골목에서 추격전을 벌이거나 오토바이 매장 앞을 서성이는 장면에 ‘비트’(1997년) 등 전형적인 1990년대 한국 영화의 그림자가 아른댄다. 싸우다 다친 친구를 뒷좌석에 싣고 오토바이로 질주하거나 경찰이 된 친구가 수감된 친구를 면회하는 장면도 기시감을 준다. 제작을 맡은 CJ E&M의 신형관 음악콘텐츠부문장은 “‘프로듀스 101’에서 이들이 국민 프로듀서(시청자)의 폭넓은 선택을 받았던 만큼 다양한 계층을 아우를 스토리로 꾸몄다”면서 “다양한 추억 코드를 입혀 중장년층까지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고 귀띔했다.

○ 가요 작곡가들 막후 경쟁도 치열… “이번엔 노래방서 부를 만한 곡으로”

노래에 드러난 야심도 비슷하다. ‘Beautiful’은 1990년대 영국 록발라드처럼 반복되는 네 개의 감성적 코드 위로 낙차 큰 멜로디가 얹히는 스타일이다. YG의 빅뱅, 위너도 비슷한 형식을 시도했지만 SBS ‘신의 목소리’에도 출연했던 김재환 등 워너원 멤버들의 보컬이 더 애절하다.

워너원에 타이틀곡을 제공하려는 가요 작곡가들의 막후 경쟁도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워너원의 신작 선주문 양과 지난 앨범 판매량을 합치면 약 133만 장이다. CJ E&M 관계자는 “웬만한 유명 작곡가들은 거의 다 곡을 보내왔다”면서 “100곡 이상의 후보를 놓고 논의를 거쳤다. 이번엔 노래방에서 남녀노소가 따라 부르기에도 좋은 곡을 택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