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이냐? 연기냐?…‘바지속 진실’ 공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6시 57분


배우 조덕제가 17일 오후 자신의 법무대리인인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과 심경을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배우 조덕제가 17일 오후 자신의 법무대리인인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과 심경을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 배우 조덕제 성추행 사건의 본질은?

여배우 A씨 “바지속에 손 넣고 성추행”
조덕제 “스태프도 이상 없다 했다” 부인
논란 후 하차…잘못 인정? 제작진 개입?

모 영화 촬영 도중 벌어진 배우 조덕제와 상대 여배우 A의 법적 공방이 대법원 심리로 이어졌다. 2015년 2월 사건이 불거진 이후 A는 조덕제가 촬영 과정에서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하체를 만지려 했다”고 주장했고, 조덕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격렬한 연기도 사전협의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1심에서 조덕제는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2심 재판부는 유죄 판결했다. 여전히 양쪽의 주장은 상반된다.

● ‘성추행’ 행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사건은 2015년 4월 조덕제가 극중 술에 취해 아내 역의 A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벌어졌다. A는 당시 설정과는 무관하게 조덕제가 속옷을 찢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으며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덕제는 옷을 찢는 것은 시나리오와 콘티 설정대로 협의된 것이며 바지 안에 손을 넣었다는 A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는 양쪽 사이에 촬영감독 등 스태프가 있다. 촬영장소였던 아파트 현관의 비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의 연기를 지켜봤던 이들이다. A는 당시 스포츠조선 인터뷰에서 “이들은 카메라 밖에서 이뤄진 행위는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덕제는 “스태프들은 이상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유죄로 인정할 만한 건 없다”며 맞서고 있다.

● 주인공과 조·단역 사이 첨예한 갈등이냐, 아니냐

해당 영화에서 조덕제는 일부 장면에 등장하는 역할로 비중이 많지 않았다. A는 주연급이었다. 문제가 된 장면 촬영 뒤 조덕제는 영화에서 하차했다. 이 과정도 향후 명확히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조덕제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하차한 것인지, A의 주장을 받아들인 제작진의 판단 때문인지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A는 같은 인터뷰에서 “당시 조덕제가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입막음에 급급했다”면서 “며칠 뒤 문자메시지로 ‘잘못을 인정하고 하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덕제는 사건 직후 “A가 없으면 촬영할 수 없는데 그와 연락이 안 된다는 제작진이 ‘마음을 풀어주라’고 해 거절했지만 저예산영화인 점 등을 고려해 더 거부할 수 없어 ‘어떤 부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촬영과정에서 마음 상했다면 미안하고 마음 풀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현장에서 다시 만난 A가 성추행 사실 여부를 추궁해 이를 “분명히 부인했다”고도 주장했다.

●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현재 일부 시민단체와 영화단체들은 “예술분야나 영화계에서 발생해온 성폭력과 이를 묵인해 온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2심 판결을 환영했다. 문학과 미술 등 예술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성추행과 폭행 사건 및 의혹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사건은 이들 단체들의 주장처럼 향후 “‘연기에 몰입한 것’과 ‘연기를 빙자한 성폭력’”의 경계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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