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규칙보다 영화가 먼저 도착… 논란 통해 새 규칙 생겼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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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마찰 빚는 영화 ‘옥자’ 제작-출연진 기자회견

《“‘규칙’보다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네요. 제 영화적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닌가 싶습니다. 촬영할 때부터 ‘관객들이 영화를 큰 화면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싶어 욕심을 내다보니….”

봉준호 감독이 최근 ‘옥자’ 상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최소 3주간의 홀드백(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뒤 다른 매체로 유통되는 기간)을 원하는 멀티플렉스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넷플릭스도 가입자들의 회비로 영화를 만든 만큼 그들의 우선권을 빼앗을 수 없기도 하다”며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14일 옥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출연진. 왼쪽부터 배우 변희봉과 틸타 스윈턴,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대니얼 헨셜, 봉준호 감독. NEW 제공
14일 옥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출연진. 왼쪽부터 배우 변희봉과 틸타 스윈턴,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대니얼 헨셜, 봉준호 감독. NEW 제공
봉 감독은 이어 “‘옥자’가 앞으로의 규칙을 정리하는 신호탄이 된다면 그것도 의미 있다”며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등 전국의 멀티플렉스가 아닌 극장들에서 개봉을 하게 됐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정겨운 극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여서 상황 자체가 만족스럽다. 작지만 길게 영화를 만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폐막한 제70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당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소회도 작심한 듯 털어놨다. 그는 “미리 정리가 됐다면 좋았을 텐데, 사람을 초청해놓고 논란이 벌어지니까 민망해졌다”며 “(넷플릭스 영화를 만든) 노아 바움백 감독과 저 모두 영화 만드느라 바쁜데, 프랑스 국내법까지 숙지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또 “국제영화제인데 프랑스 국내 규칙을 관철하는 것도 좀 의외였지만, 논란을 통해 프랑스에서 새 규칙이 생겼듯 국내에서도 그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옥자’는 탄생의 비밀을 지닌 슈퍼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통해 잔혹한 공장식 축산 제도와 돈에 혈안이 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작품이다. 앞서 12일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가 공개된 뒤 국내에서는 비판적 주제의식을 봉 감독 특유의 풍자적 느낌으로 다룬 점이 좋았다는 반응과 스토리 전개가 평이하고 전작들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봉 감독은 강원도 산골과 미국 뉴욕을 오가는 전개에 대해서도 “만들고 싶은 스토리에 맞춘 것일 뿐 어떤 문화적 철학 때문에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전 세계는 인터넷을 통해 국경이 붕괴된 상태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다양한 문화들이 뒤섞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작은 송강호 주연의 100% 한국어 영화 ‘기생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화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은 배우 틸다 스윈턴과 안서현, 스티븐 연,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대니얼 헨셜 등 출연 배우들도 참석했다. 스윈턴은 “옥자를 고향인 한국으로 데려오게 돼 기쁘고 우리는 이제 다 한국 영화인이 된 것 같다”며 “봉 감독은 나의 우상이고 형제”라고 말했다. 변희봉은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것 같다. 세상에 칸 영화제에 참석하고, 별들의 잔치를 보고 왔다”며 감격했고, 미자 역의 안서현도 “(칸 영화제 참석은) 앞으로 연기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옥자’는 29일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 100여 개 극장에서 넷플릭스와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옥자#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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