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감독판은 ‘팬심의 바로미터’

  • 동아일보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는 5%대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충성도 높은 두꺼운 팬층이 종영 후 감독판 블루레이 및 DVD 제작을 이끌었다. 감독판은 미방송 분량과 배우 코멘터리 등 팬들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로 구성된다. MBC 제공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는 5%대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충성도 높은 두꺼운 팬층이 종영 후 감독판 블루레이 및 DVD 제작을 이끌었다. 감독판은 미방송 분량과 배우 코멘터리 등 팬들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로 구성된다. MBC 제공
《“배우들의 드라마 촬영 뒷이야기가 충실해서 정말 만족스러워요.” “PD님 마지막까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 팬클럽 회원들 사이의 대화다. ‘도깨비’ 팬 2만여 명은 드라마 방영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감독판 블루레이·DVD 제작 추진 카페를 만들어 약 6개월 만에 발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소량 생산되는 감독판 블루레이는 20만∼30만 원, DVD는 10만∼20만 원가량의 높은 가격에도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뭘까.》
 
블루레이는 기존 CD나 DVD와 같은 크기의 디스크에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저장장치다. 인기 드라마를 고화질 기념품 형태로 소장하려는 팬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최근 방송가에서는 감독판 블루레이·DVD 제작 여부가 드라마의 성패를 나타내는 새로운 ‘팬심의 지표’가 되고 있다.

팬덤(특정 인물과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현상)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보니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다고 무조건 감독판 블루레이나 DVD 제작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낮은 시청률에도 블루레이·DVD 발매 추진 열기가 뜨거운 작품도 있다.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나 ‘쇼핑왕 루이’ 등은 시청률이 10%대 안팎에 머물렀지만 갈등 없는 ‘착한 드라마’라는 평판과 주연 배우들의 팬덤에 힘입어 블루레이·DVD 제작이 추진됐다. 최근에는 해외 팬들까지 가세해 ‘역도요정 김복주’는 중국 팬 구입 비중이 35%, ‘쇼핑왕 루이’는 일본 팬 비중이 20%에 이른다.

감독판 블루레이·DVD는 주로 드라마 자체의 팬클럽이나 주연 배우와 작가의 팬덤이 주도해 만든다. 이들은 제작 카페를 개설해 방송사 및 제작사와 구성 내용을 협상한다. 주로 본편 방송 외에 방송에서 시간과 심의 등 이유로 편집된 장면, 감독이 뽑은 명장면, 대본집과 출연 배우들의 화보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모두 팬들의 요구에 좌우되는 맞춤형 소량 생산 방식이다.

감독판 블루레이 제작사 이엔이미디어 권동호 실장은 “별도 제작비에만 수억 원이 드는 데다 추가 편집 작업 등 제작에 6∼8개월이 걸린다”며 “그러나 PD와 제작사는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인지도를 쌓을 수 있고 팬들은 소장 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얻을 수 있어 양쪽 모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감독판 블루레이 구성. 교보문고 제공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감독판 블루레이 구성. 교보문고 제공
제작사와 유통사는 팬덤의 까다로운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역도요정 김복주’의 구매 특전으로 제공되는 한얼체대 ‘과잠’(학과 점퍼)이나 ‘쇼핑왕 루이’의 기념품 황금 오르골 등은 드라마 소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도깨비’ 블루레이·DVD 판매처 예스24는 이례적으로 ‘도깨비’ 구매 고객만을 위한 별도 상담 라인을 개설했다. 예스24 음반·DVD팀 신용주 MD는 “감독판 블루레이는 제작 과정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 제기하는 까다로운 고객들의 공동구매 형태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이고 일관성 있는 응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드라마 블루레이#드라마 dvd#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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