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가 왜 나빠요?” 주말극 대사에 시청자들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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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5월 8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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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방송화면
사진=KBS2 방송화면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가 ‘동거’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을 그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방송한 ‘아버지가 이상해’는 어머니 나영실(김해숙 분)과 딸 변혜영(이유리 분)의 ‘동거’를 둘러싼 대립을 그렸다. 이날 방송에서 나영실은 딸이 애인과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불같이 화를 내곤 드러눕는다.


변혜영은 그런 어머니에게 “엄마 아빠께 속이고 말씀 안 드린 건 제가 잘못했다. 하지만 동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죽을 죄를 지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동거가 왜 나빠요? 좋아하는 성인 남녀가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이 지내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한다.

이어 “미성년자도 아니고 30대 성인이다. 동거가 그렇게 부도덕하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며 “결혼 전에 맞춰보려고 동거하는 커플도 있지만 그냥 좋아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나영실은 “너는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네가 옳고 부모는 틀렸다고?”라고 따진다. 변혜영은 “그런 말이 아니다. 변해가는 가치관을 왜 인정하지 않으시냐, 엄마 아빠 세대 가치관과 우리 세대 가치관은 다르다”고 받아친다. 또 변혜영의 아버지 윤석은 아내 나영실을 상대로 “여기 한국이고 우리 애는 딸이다. 동거한 남자랑 결혼시켜야 하지 않겠냐”라고 설득한다.

이날 방송을 본 일부 시청는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냈다.

대체로 “‘동거’ ‘혼전임신’ 등 소재를 지상파 주말극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치 않다” “동거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동거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는데, 너무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드라마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다” 등으로 나뉜다.

한모 씨는 시청자 게시판에서 “결혼은 진부한 가치관이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신성한 것”이라며 “동거와 결혼은 천지차이다. 시청률을 떠나 본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결혼의 신성함을 부정하고 잘못된 동거문화를 퍼뜨리는 것은 공중파 방송 내용으로 좋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도 관련기사 댓글란에 “혼전동거, 속도위반 등에 찬반하고 싶진 않지만 황금시간대 공영방송사의 드라마서 나올 주제는 아닌 거 같다. 국민 권장사항도 아니고(pagl****)”라는 글을 남겼다.

“글쎄, 그럼 결혼이라는 제도가 왜 있는 걸까? 당신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이랑 동거했던 사람이라면?(chfh****)” “당당한데 왜 부모를 속이고 동거를 하나? 스스로도 떳떳하지 않으니 그런 거 아닌가? 부모가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거다. 여기가 프랑스도 아니고…아직 동거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다(zkfr****)”등 댓글도 이어졌다.

반면 채모 씨는 “동거가 부모님 시대엔 인정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미성년자도 아니고 능력되고 직장 있고 서로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상태인데 무조건 ‘안 된다’ ‘나쁘다’라고 말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김모 씨도 “전적으로 동거=나쁜짓으로 몰아가는 듯해 별로”라고 거들었다.

강모 씨는 “오빠의 혼전임신을 얼렁뚱땅 지나간 것을 두고 남녀차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드라마 의도 자체가 혼전임신은 괜찮고 피임하고 동거하는 건 저렇게 난리칠 일이라는 건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모 씨는 “드라마가 너무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이라며 “아버지가 배다른 자식을 집에 데려와도 별 말 안하고, 큰 아들은 능력도 없으면서 여자 만나 피임도 제대로 안하고 관계해서 혼전임신해도 별 말 안한다. 그런데 왜 딸은 동거했다는 이유로 드러눕느냐. 요즘 같은 시대에도 이렇게 남녀 차별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게 놀랍다”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유모 씨는 “구세대 신세대의 가치관, 모두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만 충돌시 차이를 인정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인식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모 씨는 “왕따, 혼전, 동거, 졸혼 등 다루기 껄끄러운 주제를 과감하게 다루었고, 동세대간 생각의 차이를 잘 표현해 준 것 같아 좋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부터 방영한 ‘아버지가 이상해’는 성실한 아버지 한수와 든든한 아내 영실, 개성 넘치는 4남매 집안에 어느 날 안하무인 아이돌 출신 배우가 얹혀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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