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진실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26일 개봉 ‘나는 부정한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의 한 장면.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레이철 바이스(오른쪽)가 홀로코스트 연구권위자 데버라 립스타트를 연기한다. 티캐스트 제공
영화 ‘나는 부정한다’의 한 장면.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레이철 바이스(오른쪽)가 홀로코스트 연구권위자 데버라 립스타트를 연기한다. 티캐스트 제공
거짓에 맞서 진실을 지켜내는 것은 고된 일이다.

‘나는 부정한다’는 2000년 진행된 홀로코스트 재판 실화를 다룬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를 앞장서서 연구해 온 유대인 역사학자 데버라 립스타트 교수(레이철 바이스)와 이에 맞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데이비드 어빙(티머시 스폴)의 실제 법정 공방을 다뤘다. ‘보디가드’ ‘볼케이노’ 등을 연출한 믹 잭슨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차가운 시선을 유지한다. 히틀러를 옹호하는 어빙의 주장에 치를 떠는 립스타트 교수에게 변호인은 “가만히 입을 닫고, 이기라”며 냉정해질 것을 주문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법정과 언론을 향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물론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 인류의 아픈 역사인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삼았지만 생존자들의 처절한 증언이나 한 맺힌 절규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그 대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법의 측면에서 ‘홀로코스트가 없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궤변이며 무책임한지 조목조목 비판해 나간다.

관객들도 덩달아 어빙의 궤변에 분노했다가 차가워지기를 거듭한다. 영화의 묘미는 바로 그 부분이다. 누구나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역사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진실을 다시금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재판의 실제 당사자는 두 역사학자이지만, 영화에선 립스타트 교수와 함께 홀로코스트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슨)과 천재 사무변호사 앤서니 줄리어스(앤드루 스콧)의 존재감도 부각된다. 두 변호사 캐릭터 덕분에 지난한 법정공방이 개인 대 개인의 싸움이 아닌, 진실과 거짓의 싸움으로 읽힌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역사의 한 줄이 실은 누군가가 투쟁을 통해 얻어낸 값진 결과물일 수도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돌아보게 된다. 역시 아픈 역사를 지닌 지금 이곳의 우리는 늘 뜨겁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영화는 26일 개봉. ★★★★(★ 5개 만점)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나는 부정한다#홀로코스트 재판#레이철 바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