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音담잡담] ‘김영란법’ 시행 첫 날…달샤벳 쇼케이스에 쏠리는 시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8일 06시 57분


걸그룹 달샤벳. 동아닷컴DB
걸그룹 달샤벳. 동아닷컴DB
음악계에서 쇼케이스(showcase)는 새 음반이나 신인가수를 알리기 위한 특별 공연이다. 매체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신곡 무대와 인터뷰를 함께 할 수 있는 편리성으로, 대부분의 가수들이 이를 통해 새 작품의 홍보를 시작한다. 그런만큼 가수들은 새 노래와 춤 동작을 익히고, 인터뷰 예상 질문도 숙지한다. 해당 기획사 측은 무대장치, 음향 등 공연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하지만 올해 데뷔 7년차 여성그룹 달샤벳은 28일 여느 때와 다른 ‘특별한’ 쇼케이스를 연다. 무대장치나 노래와 춤, 코멘트 준비 등에 바빴던 과거와 달리 위법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애를 태웠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달샤벳은 의도치 않게 법 시행 첫날 쇼케이스를 펼쳐질 예정이어서 가요계 첫 공식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덕분에 법 위반 사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던 관계자들에겐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사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달샤벳 측도 가요계의 시선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며 행사를 펼친다. 김영란법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인지라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측은 변호사부터 방송사 PD, 음악담당 기자, 홍보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제각기 부위를 만진 장님들처럼 조언은 제각각이었다.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행사에서 간단한 다과는 무방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의견에 따라 다과는 500ml짜리 생수, 커피, 빵으로 준비했다. 준비한 음식물을 외부로 반출하면 위법일 수 있다는 누군가의 조언에 달샤벳 측은 가급적 행사장 내에서만 취식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대가성 선물은 금액과 상관없이 처벌된다는 지적에 치약·가글액을 선물로 준비하려다 철회했다. 누군가는 5만원 이하면 괜찮다고 조언하고, 누군가는 대가성이 있으면 1만원짜리도 안 된다는 만류에 내린 결정이다. 쇼케이스 행사가 ‘기사를 잘 써 달라’는 청탁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용 CD 무상제공도 고민스럽기만 하다.

28일 김영란법을 실질적으로 마주하게 된 가요계의 풍경은 이렇게 ‘시범케이스’로 새롭게 열리게 된 셈이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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