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폭로’를 폭로합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일 06시 57분


■ 분노의 대상으로, 재미의 수단으로

연예인들 성폭행 논란·탈세 의혹 등
진실과 관계없이 폭로만으로도 상처

재미위해 무분별한 사생활·신상 공개
‘강남패치’‘한남패치’ 사회문제로 확산


‘폭로’. 부정이나 음모, 비밀 따위를 들추어낸다는 의미다. 유력 정치인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법을 바꿔 사회가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연예계에서는 스타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연예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공포’의 도구가 되고 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연예계이지만, 대중을 충격에 빠트린 성폭행 논란과 탈세 의혹 등은 누군가의 ‘폭로’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박유천과 이진욱, 엄태웅 등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고소’라는 법률 시스템을 통해 성폭행 혐의를 폭로했다. 이미자, 인순이, 더원 등도 한때 함께 일했던 주변 인물들의 폭로로 인해 탈세 및 탈루 논란에 휩싸였다.

성폭행 혐의를 받은 많은 일부 연예인은 그 폭로의 내용이 허위로 밝혀지기도 했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커진다. 박유천, 이진욱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여성들은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됐거나 기소가 예견되고 있다.

연예인을 향한 이 같은 폭로는 스마트폰이나 SNS 등 통신기기와 매체, 플랫폼의 발달로 그 수단이 많아진 만큼 그 위력도 커진다. 각종 스마트 기기로 인해 스타의 사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세상의 ‘눈’과 ‘귀’도 다양해졌다.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비밀이 없어지는 시대다.

사회가 양극화하고, 생활이 팍팍해지면서 분노가 쌓이고 약자를 괴롭히거나 폭로 행위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향도 ‘폭로의 시대’를 부추긴다. 연예인은 물론 평범한 이들의 신상을 무차별 폭로한 SNS 계정 ‘강남패치’, ‘한남패치’는 그 명징한 사례다. 8월30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강남패치’ 운영자 A씨(24·여)와 ‘한남패치’ 운영자 B씨(28·여)는 각각 “상대적 박탈감” “남성에 대한 불만”을 범행 이유로 밝혔다. 사생활 및 신상에 관한 무차별 폭로로 그 당사자들은 고통 속에 살았지만, 일반 이용자들은 그 폭로가 주는 은근한 재미에 빠져들기도 한다.

결국 연예인은 어떠한 폭로의 빌미도 주지 않아야 하는 환경이 됐다. 더욱 철저한 사생활 관리와 자기절제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한 30대 남자가수는 “요즘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연예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내가 잘못이 없더라도 누군가의 모함이나 분노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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