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성기 “60대 람보는 행복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9일 06시 57분


배우 안성기가 영화 ‘사냥’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60대에 이르러 ‘람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얻은 그는 “액션 연기를 잘 해낸다면 내 연기의 영역도 넓어지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안성기가 영화 ‘사냥’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60대에 이르러 ‘람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얻은 그는 “액션 연기를 잘 해낸다면 내 연기의 영역도 넓어지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냥’서 노년의 사냥꾼 열연|안성기

선배들 가운데 계속 영화 찍는 경우 드물어
체력 준비 돼 있어야 연기영역 확장도 가능
조진웅과 산중 추격전 힘들지만 행복했다

누군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특정 배우를 떠올려 어떤 인물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렇게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사실을 접한 배우가 자신을 모델 삼아 탄생한 그 배역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영화가 자신의 오랜 이미지를 깨줄 기회라면 더욱 놓칠 수 없다.

56년 동안 배우로 살아온 안성기(64)도 그랬다.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제작 빅스톤픽쳐스)의 시나리오를 쓴 천진우 작가는 비밀을 가진 노년의 사냥꾼을 구상하면서 안성기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 배역에 ‘기성’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안성기에 있다. 그의 이름을 거꾸로 해서 만든 이름이다.

안성기는 거절할 생각 없이 영화에 뛰어들었다. “책임감은 가졌지만 부담은 없었다”는 그는 ‘사냥’을 통해 ‘람보’라는 수식어까지 새로 얻었다. 힘 좋은 사냥꾼, 장정 서너명은 거뜬히 무너뜨리는 영화 속 모습 덕분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책임감이 생겼다. 지금껏 해온 그 어떤 영화보다 액션 연기가 많다. 젊을 때보다 더 많았다. 이걸 잘 해낸다면 내 연기의 영역도 넓어지겠구나 싶었다. 그 넓어짐은 꼭 나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안성기는 “선배들 가운데 계속 영화를 하는 배우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사실 한창 활동하는 40∼50대 배우들과 거리도 10년 이상이다. 안성기는 “외롭다”고 했다. 경력 있는 장년 배우가 참여할 만한, 그들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만한 ‘사냥’과 같은 영화의 기획은 그래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사냥’에 출연한 안성기 모습. 사진제공|빅스톤픽쳐스
영화 ‘사냥’에 출연한 안성기 모습. 사진제공|빅스톤픽쳐스

‘사냥’은 출구가 없는 외딴 산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다. 금맥을 차지하려는 이들과 그에 맞선 또 다른 사람의 대결. 안성기는 과거 탄광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냥꾼이다. 험한 산속 삶을 대변하듯 영화에서 그의 몸은 유난히 근육이 도드라져 보인다. 상대역 조진웅과 벌이는 산중 추격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안성기는 “체력으로는 준비가 돼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촬영이었지만 그 과정은 “고통이 아닌 행복 그 자체”라고도 돌이켰다. 연기를 시작하고 거의 매일 해온 운동의 결과다. 그는 “밥을 먹듯이 달린다”고 했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힘을 기르기 위해 지금도 거르지 않는다.

꼭 ‘사냥’이 아니더라도, 안성기는 사실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한다. 한결같은 연기 활동, 한 번도 잡음에 휘말리지 않은 생활은 60대 중반에 접어든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이유들이다.

안성기는 “평소 나는 자연인으로 그저 조용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했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건 영화와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면 된다고 여기고 살았다”고도 말했다. 그의 방식은 인정받고 있다.

“여기서 더 바란다면 그건 개인의 욕심 아니겠나. 애초에 일탈 같은 것은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하하!”

그런 안성기는 후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때로는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자극도 받는다.

“영화를 많이 찍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배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이런 역할, 저런 역할을 다 했다.(웃음) 지금은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가 나눠서 할 법한 역할을 혼자 다 한 거다. 과거 나는 (연기에)힘이 없었구나, 지금 배우들은 힘이 좋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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