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일로 부산국제영화제 “진짜 주인은 국민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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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부산시 조직위 구성 첨예 대립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독립성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인들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독립성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인들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올해로 21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갈등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축제로 성장한 영화제가 자칫 파행으로 치달으며 좌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수많은 세금이 들어간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부산시와 집행위·영화계의 대결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20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현재 상황이 부산시가 영화제를 의도를 갖고 탄압하려 한다는 틀 안에서만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보이콧할 만큼 쟁점이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8일 부산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영화제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영화제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김 부시장은 “영화제 내부 혁신을 위해 이용관 위원장을 재위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영화인들의 보이콧에 대해서는 “영화제에 오도록 잘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현재 집행위와 시는 조직위원장 선임과 조직위 구성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는 조직위원장은 총회에서 의결해 임명하고, 지역 문화계 인사와 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에 영화인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조직위원장 후보를 추천받아 부산시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집행위는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시는 영화제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자기 세력을 늘리기 위해 밥그릇 다툼을 하는 모양새다.

문화계에서는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성장한 영화제의 파행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영화과 교수는 “관객과 일반 시민을 위한 영화제를 집행위와 부산시가 각자 볼모로 잡고 소유권 다툼을 하는 현재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측 모두 영화제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하에 전향적 태도로 협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영화제에 쇄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영화제 내부의 자정 노력이 아닌 외부의 압박으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영화제라는 행사의 특성에도 맞지 않고 그 순수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파행을 맞을 경우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하이·베이징국제영화제가 부산의 아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창구인 영화제가 파행을 겪는다면, 현재 중국과 경쟁관계인 한국 영상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정에서 문화의 역할이 큰 만큼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황철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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