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래 “연기도, 생활도, 난 아직 배고프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7시 05분


오페라 가수를 꿈꾸던 김법래는 뜻하지 않은 기회에 춤을 추는 뮤지컬 배우가 됐다. 2013년부터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MBC ‘화려한 유혹’은 김법래가 비로소 꽃을 피우는 무대다. 사진제공|제이유에스티엔터테인먼트
오페라 가수를 꿈꾸던 김법래는 뜻하지 않은 기회에 춤을 추는 뮤지컬 배우가 됐다. 2013년부터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MBC ‘화려한 유혹’은 김법래가 비로소 꽃을 피우는 무대다. 사진제공|제이유에스티엔터테인먼트
■ 드라마 ‘화려한 유혹’으로 제2 전성기

좁아진 뮤지컬시장…날 알리고 싶어
드라마 출연 2년 만에 인지도 급상승
열혈팬인 아내를 위해 꼭 성공하겠다


김법래(45)는 뮤지컬계에서 꽤나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제2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받고 제14회 행사에서는 주연상을 받았다. 20년간 출연한 작품수만 수십 개에 이른다. 한 장르를 ‘주름 잡은’ 그가 2013년 낯선 드라마 무대로 뛰어들었다. 단역에 가까운 배역을 전전하다 최근에서야 “이름이 적힌 의자와 대기실이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강일도를 연기하는 김법래는 극중 아버지인 정진영과 아슬아슬한 신경전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음식점 주인이 ‘연기자 김법래’를 알아보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역시 드라마의 힘”이라고 웃었다.

김법래는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연기에 대한 굶주림은 물론 ‘생활’을 위해서도 욕심이 크다. 뮤지컬 시장에 아이돌 가수들이 물밀 듯 몰려들면서 그의 설자리는 조금씩 좁아들기 시작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홍보효과를 고려했을 때, 아이돌 스타들을 캐스팅하게 된다. 김법래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더욱 알리고 싶은 이유다.

“유준상 엄기준 신성우 등과 친한데, 대중적인 인지도면에서 그들과 비교하면 배가 아프기도 하다. 하하. 티켓파워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알아봐 주나. 현실을 직시하고 직접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지 않겠나.”

그동안은 기획사와 인연이 없어 길을 빨리 찾지 못했다. 그는 “사기를 당해 돈을 잃은 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만 빼앗겼다”며 고개를 저었다. 묵직한 그의 목소리는 그만의 매력이지만, 고충도 있었다. 타고난 목소리에 “성악을 하면서 울림통이 커져” 발성이 뛰어나지만, 드라마에서 다양한 감정표현을 하기엔 어려움도 느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처음 출연한 드라마는 2013년 MBC에서 방영된 ‘투윅스’. 지난해 ‘트로트의 연인’에 이어 올해는 ‘빛나거나 미치거나’ ‘징비록’ ‘가면’을 거쳐 현재 출연중인 ‘화려한 유혹’까지 점점 작품수를 늘려가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촬영장 길바닥에 앉았다. 그땐 제 의자를 갖는 게 꿈이었는데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하면서 처음 제 이름이 적힌 의자가 생겼다. 손형석 PD와 ‘투윅스’ 이후 두 번째 드라마고 이덕화 선배와 대적하는 역할이라 주변에서 잘 대해주셨다.”

사실 김법래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그의 ‘운명’이 시작됐다. 경희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교수나 오페라가수를 꿈꾸며 유학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한 선배의 부탁으로 서울예술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때까지 “춤 한번 춰본 적 없던” 그였다.

“밤새 땀을 뻘뻘 흘려가며 춤을 춘다는 게 너무 재밌었다. 나이트클럽이나 가봤지, 무용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하! 타고난 본성이 있었나보다. 이 곳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달 초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20년 동안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분리수거를 담당한다”고 애처가의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김법래는 한국무용을 했던 아내를 만나 지금도 신혼처럼 지내고 있다. 자신의 열혈 팬인 아내를 위해서도 성공하고 싶다. “드라마 할 때는 드라마만, 뮤지컬 할 때는 뮤지컬만 하고 싶다. 지금 제 위치에서는 양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해서는 생활이 어렵다. 하나만 해도 괜찮은, 대중이 다 아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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