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정치적 이유로 드라마 ‘도시인’ 결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7시 05분


■ 1992년 11월 12일

화제 속에 11일 막을 내린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최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방송으로 한 차례 결방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시청자가 방송사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MBC가 드라마의 방송 시간에 닥쳐서야 결방 사실을 공지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뿌린 화제에 비해 방송사 측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던 탓이다. 이런 상황은 SBS가 8일 ‘2015 WBSC 프리미어 12’ 개막전인 한국 대 일본전을 SBS가 생중계하면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의 결방 사실을 뒤늦게 공지하면서 재현됐다.

하지만 이는 “소요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야구 경기의 특성상,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편성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얼핏 불가피하기도 하다. 각 방송사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는 평일 오후에 방송되기 때문에 많게는 10개의 편성안을 마련해 놓기도 한다”.(스포츠동아 10월30일자 11면 보도)

1992년 오늘, MBC 드라마 ‘도시인’(사진)이 사전 예고도 없이 돌연 결방했다. 최수종, 배종옥, 음정희 등이 주연해 샐러리맨들의 일상을 그리며 도시 속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도시인’은 이날 ‘망극하옵니다, 전하’ 편을 오후 8시5분부터 방송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송사 측은 그 세 시간 전인 오후 5시께 편성에서 제외했다. 대신 외화 ‘제시카의 추리극장’을 방송했다.

드라마의 내용 때문이었다. 방송분은 극중 기업체가 기관원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2억원의 정치자금을 강요받은 뒤 이를 마련하려다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날 각 조간신문들은 이런 줄거리를 하이라이트 기사로 실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국 전파를 타지 못했다. 제작진도 결방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할 정도로 돌연한 상황이었다.

14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때였다. 실제로 MBC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선거 자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등 부적합한 요소가 많다”(1992년 11월13일자 동아일보)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도시인’은 내용을 대폭 바꿔 한 누룽지과자 회사가 겪는 사기 사건을 25일 방송했다.

스포츠동아는 10월30일자에서 평상의 프로그램을 “무조건” 결방하는 사례로 “긴급재난이나 비상사태, 국가적 긴급 이슈와 관련한 방송”이 필요할 때라고 썼다. “예상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도시인’도 그랬을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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