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서 안보인다 했더니…감독, 배우, 영화제 심사위원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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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극장에서 배우 문소리(41)의 이름이 뜸했었다. 1999년 데뷔 이래 매년 1, 2편 씩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이지만 지난해 9월 개봉한 ‘자유의 언덕’ 이후 1년 여 동안 이렇다할 출연작이 없었다. 대신 학생 문소리는 꽤 바빴다. 2013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학교 과제여서” “졸업하려고” 단편 ‘여배우’(2014년), ‘여배우는 오늘도’(2015년), ‘최고의 감독’을 연출했다.

‘최고의 감독’이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그는 감독이자, 장률 감독이 연출한 ‘필름시대사랑’의 주연 배우, 그리고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았다. 8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를 촬영 중인 그를 3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한 호텔에서 만났다.

-‘여배우’ 시리즈로 가는 줄 알았더니 ‘최고의 감독’이 제목이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얘기를 하자 싶어 ‘여배우’를 찍었고, 그 다음에는 너무 내 얘기만 한 건가 싶어 여배우의 주변을 그린 ‘여배우는 오늘도’를 찍었다. ‘최고의 감독’은 제 주변에 워낙 최고의 감독님들이 많지 않았나. 그런 분들에 대한 존경과 함께, 어떤 감독이 누구에게 최고의 감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모든 감독은 최고의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심지어 풍자적으로 그렸다. 매니저한테 “내가 매력적이야 안 매력적이야” 하며 윽박지른다던가, ‘평범하게 생겼다’고 스스로를 표현한다던가.

“배우가 원래 스스로를 오해하기 너무나 적합한 직업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배우를 보호한다며 상황 파악을 못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연기를 잘 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배우로서 때때로 화려하게 꾸미기도 하지만 평소 생활할 때는 보통 사람으로 살자고 생각한다.”

-감독과 배우 중 어느 쪽이 낫던가.

“당연히 배우다. 배우는 그래도 작품 도중에 숨 쉴 구멍이 있는데, 감독은 꼭 헬멧이 사방에서 조여 오는 기분이더라. 단편 3편을 내리 찍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대학원 최초로 제때 졸업하는 학생일 정도다. 덕분이 진이 쫙 빠져서 푹 쉬어도 사람들이 피곤해 보인다고 하더라. 덕분에 요즘은 술도 안 마시고 몸 관리를 하고 있다.”

-‘박하사탕’으로 데뷔했는데 ‘필름시대사랑’ 후반부에 ‘박하사탕’ 시절 문소리의 모습이 삽입됐다.

“‘박하사탕’을 보면 늘 배우 되기 전 문소리의 얼굴, 내가 잃어버린 얼굴을 보는 것 같다. ‘박하사탕’이 바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작품 아닌가. 내가 영화 속 영호가 된 기분이 든다.”

-자신이 변했다고 느끼는 건가.

“나이가 들다보니 흔들릴 때가 있다. 외모에 기대서 배우를 해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젊음에 기대서 연기했던 면이 있었나 보다. 한동안은 자존감이 떨어져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잘못하면 막 얼굴 고치고 그럴 수도 있는 시기였는데, 정신없이 학교 다니며 잘 버틴 거 같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촬영은 어떤가. 일본어 대사가 많다고 하던데.

“큰 역할은 아니다. 1930년대 조선과 일본이 배경인데 다른 사람들은 조선인이 일본어를 하는 거고, 나만 유일한 일본인 역할이다. 아니 그럴 거면 일본 배우를 쓰지, 어유 정말.(웃음) 그래도 이번에 일본어를 어느 정도 읽는 수준까지 공부를 했다.”

-다음 작품은 정했나.

“왜 다들 특별출연만 해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특별출연 여러 번 하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거 아닌가? 시나리오를 뒤지고 있는데, 여배우가 맡을 역할이 없다는 얘기가 하도 자주 나오다 보니 그런 말을 또 하기가 싫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연기에 대한 갈증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크다. 너무나 연기하고 싶다.”

부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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