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예능-드라마 뒤 ‘여의도 연구소’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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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1부터 tvN ‘꽃보다 할배’(꽃할배)와 ‘응답하라 1994’(응사)까지…, 잘나가는 프로그램 뒤에는 ‘여의도 연구소’가 있다?

최근 방송가에는 이른바 ‘여의소연구소’ 돌풍이 거세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 조직이 아니다. 여의도연구소는 이명한 CJ E&M 제작기획총괄 국장(43), 나영석(37), 신원호 PD(38)와 이들의 프로그램을 줄곧 맡아 온 이우정 작가(38)가 과거 KBS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목모임의 별칭. 이들이 과거 함께 일했던 KBS ‘해피선데이’의 이름을 따 tvN ‘해피선데이팀’, 이 국장의 이름을 붙여 ‘이명한 사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요즘 이들의 활약은 특히 눈에 띈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만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지난해 tvN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올해 ‘응사’를 또 한번 성공시켰다. 이 작가는 또 과거 ‘1박2일’을 함께 했던 나영석 PD와 ‘꽃할배’를 내놓아 히트시켰다. 두 사람이 29일 선보일 ‘꽃보다 누나’는 이승기 이미연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등 쟁쟁한 스타 출연진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국장은 이 프로그램들의 CP를 맡았다.

사실 이들의 인연은 2003년 KBS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서부터 시작됐다. ‘장미의 전쟁’은 이 국장의 첫 연출작이자, 이우정 작가가 메인 작가로 데뷔했던 프로그램. 당시 조연출이 이 국장의 5년 입사 후배이자 고향(충북 청주) 후배이기도 한 나영석 PD였다. 이들은 2004년부터 ‘해피선데이’를 함께 했으며 나 PD의 입사동기인 신원호 PD가 프로그램에 합류하며 지금의 라인이 구축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프로그램에선 비슷한 정서가 포착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촌놈’ 정서는 ‘1박2일’과 ‘응답하라…’ ‘꽃보다…’ 시리즈를 아울러 공통적으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이 국장은 “프로그램 메인작가였던 이 작가가 경남 진주 출신이고 연출자들도 그런 촌놈 코드에 애정이 있다. 이런 공통된 취향이 작품에 고스란히 배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식면에서도 시대적인 흐름을 읽어 내면서 디테일을 섬세하게 잡아내고, 출연진의 궁합이 살 수 있도록 출연자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이들 작품의 공통점이다. 예컨대 ‘꽃할배’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다섯 명의 출연자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잡고, 여기에 편집을 통해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주목한 ‘1박2일’이나 1990년대의 시대상을 살리며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한 ‘응칠’ ‘응사’와도 닮아 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들 작품에 대해 “완벽히 새로운 형식이라기보다는 당시 유행하는 리얼버라이어티, 관찰예능, 1990년대 복고 트렌드를 명확히 포착하고 거기에 특별한 요소를 더했다”며 “과거 KBS 시절엔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케이블에서 젊은층으로까지 인기를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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