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패티김, 55년 가수인생…자기관리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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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7시 00분


가수 패티김. 사진제공|피케이프로덕션
가수 패티김. 사진제공|피케이프로덕션
■ 패티김의 ‘아름다운 은퇴’

패티김(김혜자·75)이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벌인 ‘굿바이 패티’ 공연을 끝으로 55년의 가수 인생을 마감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임창정이 과거 ‘은퇴’를 발표하고 마이크를 일시적으로 내려놓은 적은 있지만, 패티김의 은퇴는 말 그대로의 ‘은퇴’, 일반 직장인으로 치면 ‘정년퇴직’이다.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 퇴직연령은 53세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패티김은 이보다 훨씬 많은 75세에 은퇴를 했으니, 행복한 ‘직장생활’을 한 셈이다.

직장인들이 정년퇴직을 하면 ‘시원섭섭한’ 감정이 많을 테지만, 패티김은 마지막 공연에서 “아이 앰 프리”(나는 자유다)를 외치며 홀가분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목이 쉴까, 살이 찔까, 무대 구성, 의상 선택 등에 따르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 김치·밥에 아이스크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무서운 자기관리’로 가득한 55년 가수인생을 끝내는 심정은 홀가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패티김의 은퇴는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얼마 전 미니앨범 ‘그레이트 웨이브’를 낸 신승훈은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느라, 지난 6년 동안 실험을 했다”고 했다. 박진영도 9월 ‘하프타임’을 내면서 “가수인생의 절반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절반을 설계하는 의미”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철저한 자기관리로 이름난 가수들이다. 이들 역시 패티김처럼 아름다운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가요계에서는 아이돌 가수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나이 많아야 20대 초반인 이들에게는 아이돌 그룹이 ‘첫 직장’일 텐데, ‘아이돌’ 수명이 길어야 고작 7∼8년이다. 아이돌 출신이 정년퇴직까지 버티려면 새로운 생존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순간의 인기에 취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는 어린 가수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가요계라는 ‘직장’에서 ‘음악’이란 일을 평생직업으로 삼는 가수들이라면, 항상 ‘아름다운 은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패티김의 무대는 그 살아있는 교훈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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