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의 도전, 실패라 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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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8일 2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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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김용화 감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김용화 감독의 영화는 평범하지 않다. 조로증 동생과 양아치 형의 이야기를 담은 ‘오 브라더스’ (2003), 성형미인의 이야기를 그린 ‘미녀는 괴로워’(2009), 비인기 스포츠 종목이었던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인 ‘국가대표’(2009)까지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소재로 기쁨과 슬픔을 적절히 섞어 스크린에 담았다.

이번 ‘미스터 고’도 마찬가지다.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대다수 영화 관계자들이 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던 풀3D영화와 입체 3D 캐릭터 고릴라 ‘링링’을 순수 우리 기술로 탄생시켰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웃음도 당했고 고릴라의 표정, 동작, 털 한 올까지 생동감을 주기 위해 정말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으로도 보일 수 있다. 김 감독에게 왜 이런 도전을 했냐고 묻자 그는 “더 이상 안주할 수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만날 똑같은 영화를 만들 수 없잖아요. 저는 모험을 하고 싶었어요. 기존의 나의 방식을 깨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픈 목마름이 있었고요. 게다가 전작을 통해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관객들에게 일종의 ‘선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김 감독은 진심으로 관객들에게 ‘미스터 고’를 선물로 주고 싶었다. 영화를 허술하게 만들 수 없었다. 또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사비를 털어 3D 전문 스튜디오 ‘덱스터 디지털’을 설립했다. 총 4년여에 걸친 기획 및 기술 개발, 그리고 300여 스태프들의 1년 이상의 노력이 디지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김용화 감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김용화 감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야기는 허영만의 원작만화인 ‘제7구단’을 바탕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섞어 옮겨왔다. 영화를 통해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기 자신과 소중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오만과 편견과 욕망 속에 살다가 죽어가는 동물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신파처럼 눈물을 쥐어짜게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절제시켜 먹먹한 감동을 일으키게 했다.

그 선물은 절반 정도는 통했다. 고릴라 링링이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야구장을 누비는 모습과 링링이가 방망이를 들고 후려치던 야구공은 실제 경기장에 온 듯 생생하다. 마치 공이 얼굴로 날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개가 절로 옆으로 기울어진다. 하지만 스토리는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웨이웨이(쉬자오)와 링링 그리고 성충수(성동일)의 교감이 아쉽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전작을 본 지인들은 감정이 오버됐다고 평가했다. 사람의 말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링링이를 보면서 관객들이 위로받길 원했고 판타지를 선사하고 싶었다. 또 동물과 인간의 자연스런 교감과 인간에 대한 단죄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현재 ‘미스터고’는 130만 명 관객을 돌파했다. 박스오피스에서도 하위권에 속해있다. 개봉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부진한 성적이긴 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성패를 흥행성적으로만 볼 수 없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으려 했던 김 감독의 도전정신은 성공했다. 그의 도전은 한국영화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저는 한국에 없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물론 늘 부담은 되지만 부끄럽지 않고 후회하지 않고 진심으로 영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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