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더욱 끈적해진’ 십센치 “19금 정말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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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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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야한 거 정말 좋아해요.”

‘야한 포크’의 선두주자 인디 듀오 십센치가 1년 8개월 만에 정규 2집 [2.0]으로 돌아왔다.

“한국은 어른들이 노래를 많이 듣지만, 정작 어른들을 위한 곡이 없는 것 같다. 나중엔 전 곡에 ‘19금 딱지’가 붙는 앨범을 발매해 보고 싶다.”

십센치(권정열 윤철종)는 10일 서울 홍대 클럽 에반스에서 2집 음악 감상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그들은 “제도권 음악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심의를 신경 써 ‘클린 버전’ 음원을 준비했으며 야심 차게 준비한 굉장히 야한 앨범 재킷도 ‘범죄’라는 이유 포기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한국의 공연 문화는 아직 개발도상국의 수준이기에 우리가 선진국으로 인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억지로 가을에 맞춰” 2집으로 돌아온 십센치는 트레이드마크인 어쿠스틱 기타와 젬베에서 벗어나 밴드로 변신하며 ‘자신들이 만족하는’ 사운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독특하고 생활적인 콘셉트의 가사는 여전하지만, 힘을 뺀 듯 편안함과 기교보다는 투박한 멋스러움을 강조했다. 타이틀곡은 3곡이나 된다.

타이틀곡은 ‘Fine thank you and you?’는 실제 기존 녹음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드럼과 기타 등 저가 빈티지 악기들과 마이크를 사용하여 60년대 비틀즈 사운드를 재현하려 노력한 곡이다. 이밖에도 어덜트 타이틀인 ‘한강의 작별’과 19금 타이틀 ‘오늘밤에’에서 십센치의 음악적 고민과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십센치는 2010년과 2011년 ‘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죽겠네’,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등으로 솔직 대담한 가사와 끈적하고 농익은 멜로디로 인디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했다.

▶ “에픽하이·케이윌에 순위 뒤져…음원차트 1위 원한다”

“1집 때는 6개월 동안 지속한 녹음이 끝나고 지옥을 탈피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2집은 즐거웠어요. 음원 사이트에 우리 노랠 발견해서 들어 봤는데 굉장히 좋더라고요. 하하” (권정열)

십센치는 자신들의 앨범에 굉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1집이 워낙 인기를 얻었기에 2집을 준비하면서 부담이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우리는 잃을 게 없다. 솔직히 앨범 이외에는 투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크게 목숨 걸지 않았는데 최근 각자의 재신을 정리해 본 뒤부터 음원차트를 주식 보듯 보고 있다. 에픽하이와 케이윌이 문제다”고 털어놨다.

2집에서도 여전한 야한 가사에 대해서는 “살면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가사로 썼지만 100% 우리 이야기라고 자랑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1집 때 우리 경험담이라고 말한 것은 취소해 달라”고 말했다.

진솔한 경험담이든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픽션이든 십센치의 가사는 듣는 이의 간지러운 속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야한 놈’을 대변해주는 그들의 솔직한 감성에 엄지손가락을 높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타이틀곡에 ‘30평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가사가 나오는데 철종이 형한테 처음 들려준 날 혼났어요. 당시에 형이 이사를 하고 차를 사서요. ‘너 나를 비꼬느냐’고 하더라고요. 1집 때는 듣는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어 애를 썼는데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빨리 질릴 것 같아서 최대한 진정성을 담아서 썼어요.”

▶ “이 안에 비틀즈, 마이클 잭슨, 최백호 있다”

변하지 않은 듯 상당히 변한 십센치는 1집 당시 고수하던 ‘맨해튼 스타일’을 탈피하고 ‘브리티시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다. “충분히 구현했기에 새로운 스타일로 거듭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들은 새 앨범에 비틀즈와 마이클 잭슨, 최백호가 녹아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들의 1집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권정열은 “우리는 실제로 굉장히 음악을 잘한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매력을 지닌 1집이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사랑받고자 하는 욕심이 지나쳐 아쉬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철종 역시 “들쑥날쑥했던 사운드를 2집을 통해 많이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음원차트에서 1위는 하고 싶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은 만들지 못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 하는 사람 특유의 ‘자기비판’과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십센치의 변화 과정’으로 설명된다. 그들의 가사가 야하든 말든, 또 곡이 세련되든 투박하든 중요치 않다. 매년 매 계절 순간순간 변하는 그들의 감성과 본인들이 원하는 음악이 그들을 기다리는 음악 팬들의 ‘감성적 욕구’를 채워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십센치는 현재 일 낼 준비에 한창이다. 다양한 감성을 한꺼번에 채워줄 종합선물세트 초대형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손연재 선수가 그랬듯 저희도 그곳에서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는 대형 콘서트를 할 것 같아요. 기대해 주시고 노래도 많이 들어주세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미러볼 뮤직, 텐 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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