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이웃사람’ 마동석 “갱단으로 오해 받아 美경찰에 잡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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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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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사람’에서 사채업자 안혁모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영화 ‘이웃사람’에서 사채업자 안혁모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외강내유 (外剛內柔 :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나 속은 부드러움).

배우 마동석(41)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심상치 않은 어깨 넓이와 강인한 인상을 지니고 있는 이 배우는 알고 보면 굉장히 자상하고 다정다감하다. 마치 ‘모카빵’처럼 말이다.

영화 ‘이웃사람’에서 폭력전과 7범의 사채업자 ‘안혁모’ 역을 맡은 마동석을 만났다. 그는 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기자를 마주했다. 그는 “평소에는 더벅머리에 트레이닝 복장으로 다녀 사실 이 옷도 불편하다”고 하며 ‘허허허’ 웃었다.

대화의 시작은 강풀 작가의 웹툰이었다. 그는 “원래 강풀 만화를 좋아했다. 그런데 ‘이웃사람’을 찍고 강풀이 나에게 ‘형이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원작자가 좋아하니 나도 좋더라”고 말했다.

마동석은 지금까지 강풀의 작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본 일명 ‘강풀 마니아’. 그는 “‘타이밍’이나 ‘어게인’ 같은 작품도 영화화가 되면 좋겠다. 참~영화 찍다가 뭐가 궁금해서 웹툰을 보려고 하니 유료화더라. 500원 주고 봤는데 강풀한테 도로 달라고 해야겠다”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안혁모’ 역을 맡은 마동석은 웹툰과는 좀 다른 설정을 담았다. 만화 속 안혁모는 사납고 거친 면을 보여주는 반면, 영화 속 ‘안혁모’는 유일하게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 어둡고 무거운 영화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준다.

“찬물을 확 끼얹는 거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안혁모’라도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살인범을 때릴 때, 관객들이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했다. ‘속이 다 후련하네’라는 기분?”

그는 “강풀 작가도 아마 살해당한 여선이를 응징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게 ‘안혁모’였고. 그래서 장면 틈틈이 살인범이 ‘안혁모’에게 벌벌 떠는 모습과 무지하게 맞는 부분도 넣었다. 그렇다고 ‘안혁모’가 정의를 구현하려고 때리는 게 아니지 않나. 자기가 용의자로 의심받으니 열 받아서 그렇게 때리는 거고. 그게 극의 재미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마동석
배우 마동석

영화 ‘이웃사람’에서 ‘안혁모’는 폭력전과가 있는 사채업자. 그래서 같은 아파트 중학생 ‘원여선’(김새론 분)이 살해당했을 때 가장 먼저 용의자로 지목돼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런 경우는 아니지만, 마동석도 미국에 있을 때 억울했던 때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미국에서는 억울한 일이 많았다. 격투기 선수들 개인 트레이너로 있다보니, 체구나 인상이 남들과는 좀 달랐다. 그런데 어느 날, 술집에서 나오는데 어떤 경찰이 집까지 나를 쫓아왔다. 한국인 경찰이었다. 음주측정을 하니 아무것도 안 나왔다. 그러더니 나보고 ‘어느 갱단 출신이냐’고 물어보더라. 그런데 일단, 그 경찰은 영장 없이 내 집 앞까지 왔기 때문에 가택침입에 해당됐다. 그래서 ‘일단 나가달라’고 하며 몸을 살짝 부딪쳤는데 그 경찰이 폭행죄라며 날 잡아가더라. 변호사가 날 풀어줬지만 몇 천 달러를 내야했다. 알고 보니 그 경찰이 자기 실적을 올리려고 괜한 꼬투리를 잡으며 한국인을 잡아가는 사람으로 유명하더라.”

그 외에도 마동석은 미국 LA에서 트레이너로 있으며 동양인이라고 무시를 당하고 낮은 수당을 받았지만 유명 선수들이 자신에게 트레이닝을 받으며 전세가 역전이 된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인종차별을 받으며 갖은 억울함과 상처를 받은 그는 “사람은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돈을 쓰러 오는 유학생 같은 경우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나는 굉장히 심한 인종차별을 받았다. 미국에서 살려면 현지인처럼 능수능란하게 말을 해야하고 부유함도 필요했다.”

이후, 개인 트레이너로 인정받던 그가 느닷없이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그는 가슴 속 깊이 간직했던 ‘배우’라는 꿈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이 곳에서도 거절을 당한 적도 있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이 강한 완충제가 됐다. 그렇게 그의 ‘멘땅의 헤딩’은 시작됐다.

그는 조연, 우정출연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드문드문 마동석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그렇게 계단을 하나씩 밟은 그는 ‘이웃사람’에서 주연을 꿰차게 된 것이다.

마동석은 “등판만 봐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며 웃었고 “영화를 찍으며 관객을 만족시키고 나 자신을 만족시키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 나를 믿고 지지해준 사람들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부모님에게 드디어 ‘자랑거리’가 생겨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마동석은 “부모님은 ‘아들이란 녀석이 배우를 한다고 밖에서 뭘 하긴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셨을 거다. 드디어 자막에 주연으로 내가 나가니까 뿌듯할 것 같다. 부모님에게 돈을 드리는 것도, 시간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랑거리’를 만들어드리는 게 가장 큰 효도인 것 같다” 고 전했다.

앞으로 그는 다양한 장르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관객들에게 남기고픈 메시지를 부탁했다.

“다양한 역할로 여러분을 찾아 갈 것이다. 재미있는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이웃사람’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누군가 위험에 처해있을 때 외면하지 않고 손 내밀어 주는 이웃사람이 되셨음 좋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ㅣ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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