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힙합전사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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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8일 07시 00분


가요계에서 아이돌 열풍의 대항마로 꼽히며 소리 없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힙합계 신예들. 사진제공|엔터102·달과별 뮤직·아메바컬쳐
가요계에서 아이돌 열풍의 대항마로 꼽히며 소리 없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힙합계 신예들. 사진제공|엔터102·달과별 뮤직·아메바컬쳐
최근 신인 힙합가수 10개팀 데뷔 ‘음지서 양지로’
대부분 싱어송라이터…제작비 줄고 음원수익도 굿
일상 유쾌하게 풀어 인기…아이돌 대항마 떠올라

‘아이돌의 대항마는 힙합?’

그룹형 아이돌 가수들의 출현이 ‘범람’ 수준에 이른 가운데 힙합계 신예들도 잇달아 가요계 출사표를 내면서 소리 없는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연말 엠아이비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가요계에 등장한 주요 신인 힙합가수들은 줄잡아 10개 팀에 이른다. 리듬파워 후레쉬보이즈 팬텀 어글리픽쳐 잇아이템 이지스 젠틀몬스터 긱스 케이케이 제이켠 본킴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비주류 장르로 평가받는 힙합 음악이 경쟁 치열한 가요계에 꾸준히 등장하는 것을 두고 ‘아이돌의 대항마’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 힙합음반, 제작비 적고 음원차트 성적도 좋아 매력적

다른 산업분야처럼 가요계도 경쟁이 심해질수록 대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경쟁도 심한 아이돌 분야에 뛰어들지 못하는 제작자에게는 힙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거의 모든 힙합 가수들은 직접 곡을 프로듀싱하는 능력을 갖췄고,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통해 충분한 무대 경험을 쌓은 상태에서 메이저 음반사에 발탁돼 주류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힙합음반은 제작비가 적게 들고, 음원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 장르로 꼽힌다. 적게는 수천만원이면 음반 제작이 가능하고, 음악 방송 출연에 과도하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힙합음악은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케이케이 소속사인 달과별 뮤직의 김문교 대표는 “아이돌 가수를 키우려면 유명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기 위해 거액을 지불해야 하고, 무대의상,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큰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아 아이돌 가수는 고비용·고위험 구조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힙합도 사운드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경향이어서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기도 하지만, 힙합 아티스트들은 직접 곡을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듀서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소소한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한국형 힙합’ 인기

작년부터 데뷔해 가요계에서 소리 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힙합가수들은 대부분 정통 힙합이 아닌 이른바 ‘한국형 힙합’을 추구하고 있다.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내고, 여기에 피처링 가수를 기용해 경쾌한 멜로디를 부르게 하는 형식이다. 이미 리쌍 다이나믹듀오 마이티마우스 배치기 등이 이런 스타일의 힙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힙합가수들은 설령 첫 번째 음반에서 큰 성과가 없더라도 저비용으로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다시 일어설 기회도 그만큼 많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돌 가수들은 이른바 ‘유통기한’이 있어 몇 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힙합가수들은 트렌드에 덜 영향을 받고, 음악으로 한 번 인정받으면 인기의 부침도 아이돌에 비해 훨씬 덜한 편이라 롱런도 가능하다.

한 힙합 레이블 대표는 “한국의 대중은 힙합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통 힙합은 일부 힙합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지만, 유쾌한 분위기의 한국형 힙합은 여러 세대가 좋아하는 인기 장르다. 과거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나 배치기의 ‘반갑습니다’와 같은 경우 음원차트에서 오랫동안 상위권에 올랐고, 행사 무대에서도 현장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형 힙합은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는 장르”라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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