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인디뮤직 천재 두 남자, 한판 붙었다… 여자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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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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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비-김재훈-계피, 합동음반 만들기 구슬땀

왼쪽부터 가을방학의 계피, 정바비, 티미르호의 김재훈. 정바비는 “재훈이가 잘하는 영역에 처음 수영 배우듯 뛰어들었다”고, 김재훈은 “바비 형 가사와 계피 누나 음색에 소실점을 찍고 그것만 바라보며 달렸다”고 했다. 루오바팩토리 제공
왼쪽부터 가을방학의 계피, 정바비, 티미르호의 김재훈. 정바비는 “재훈이가 잘하는 영역에 처음 수영 배우듯 뛰어들었다”고, 김재훈은 “바비 형 가사와 계피 누나 음색에 소실점을 찍고 그것만 바라보며 달렸다”고 했다. 루오바팩토리 제공
“많이 바꿔도 돼요?”

2월 홍익대 앞 카페. 인사말이 끝날세라 김재훈(26·작곡 피아노)이 던진 첫 마디. ‘당신 곡, 내가 맘대로 편곡해도 되냐’는 뜻. 여기서 ‘당신’은 김재훈보다 일곱 살 위인,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의 정바비(33·작사 작곡 기타). 둘은 초면이었다. 당시 마포아트센터가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의 곡에 클래식 편곡을 입혀 공연하자고 제안해 작곡자(정바비)와 편곡자(김재훈), 보컬(가을방학의 계피·28)이 처음 만난 자리였다.

정바비와 김재훈은 홍익대 앞 인디 음악계에서 제각기 다른 분야의 ‘천재’로 불린다. 연세대 문과대 98학번 정바비는 가을방학과 줄리아하트, 바비빌의 멤버로 모던 록과 어쿠스틱 팝 쪽에서 유려한 멜로디와 문학적 감수성 짙은 노랫말로 유명하다. 좋아하는 색을 설명하며 ‘퍼플은 우울의 물증, 갈색은 고독의 외피’라고 읊는 남자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 04학번인 김재훈은 티미르호,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에서 활동하며 인디에서 보기 드문 치밀한 화성과 다이내믹한 곡 전개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니까, 두 남자, 제대로 붙은 거다. 그 사이에서 한 여자, 계피도 긴장할 수밖에. ‘음악 팬과 평단 사이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가을방학 1집(2010년) 곡들을 ‘난도질’하는 건 아닐까.’ 정바비는 김재훈이 이끄는 티미르호의 음반을 듣고서야 한시름 놓았다. “이 정도 내공이면 맘 놓고 맡겨도 되겠다.”

문제는 김재훈이 ‘길에서 마주친 어머니를 모른 체하고 지나친다’는 ‘동거’의 가사 내용에까지 ‘태클’을 걸면서 불거졌다. “어떻게 이렇게 불효막심한 가사가 있어요? 내용이 더 밝았으면 해요.” 이 악문 정바비는 다음 미팅 때 가사를 완전히 새로 써왔다. 곡 템포도 빨라졌다. 계피는 새 가사를 외워 랩 하듯 노래해야 했다.

화이트데이 공연은 흡족했다. 둘 아니 셋은 “그래, 내친김에 음반 작업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재훈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에 클라리넷, 리코더, 멜로디언까지 동원해 밴드 편성이었던 가을방학의 곡들을 완전히 ‘해체-재조립’해냈다. 새로 만든 연주곡도 삽입했다. “제가 생각해낸 거예요. ‘가을방학 실내악 외출’이란 타이틀은.”(정바비) 그 음반이 최근 나왔다. “건반 주자들이 기타 편곡을 해오면 난감해요. 기타 고유의 운지를 무시하니까. 근데 제가 (연주)해냈죠. 소름이 돋았어요. 내가 이 정도인가….”(정바비)

“그렇게 무리한 편곡은 아니지 않았나요? 내가 형 기타 실력을 너무 낮게 봤나보네요.”(김재훈)

“기대치가 ‘0’에 수렴하는?”(정바비)

가을방학과 김재훈은 9월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수변무대에서 협연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음악#인디음악#정바비#김재훈#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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