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내 끼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못 했다”

  • Array
  • 입력 2012년 1월 4일 07시 00분


‘원더풀 라디오’에서 한물간 아이돌 스타로 출연한 이민정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늘 광채 나는 배우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원더풀 라디오’에서 한물간 아이돌 스타로 출연한 이민정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늘 광채 나는 배우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 ‘원더풀 라디오’ 히로인 이민정, ‘원더풀 라이프’ 꿈꾼다

‘열정 덩어리’ 날 키운 건 20대의 헛삽질

“힘들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웃는 게 좋죠. 많이 웃고 살다보면 정말 웃을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배우 이민정이 새해를 맞아 전한 인사였지만, 스스로 품은 다짐으로 들린다. 이미 그 자신 숱하게 “힘들고 지칠 때”를 지나쳐온 경험 덕분일까. 이민정의 웃는 얼굴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 지치기도 했죠. 혹시라도 열심히 하는데 안 되면 나중에 다른 일을 할 기회마저 잃는 건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고.”

더구나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맞는지 의구심마저 들기도 했다. 그런 불안감과 의구심 속에서 그래도 견디며 묵묵히 걷다보니 “기분 좋은 일도 생기고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게 불과 2∼3년 전부터라고 하니, 그의 20대는 대체로 극복의 나날들이었을 성싶다.

그 극복의 시간 속에서 이민정은 “내 안은 참 치열한데 넘어지면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를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나아갔고 뚜벅뚜벅 걸었다. 그러다보니 “넘어지고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더라”며 “이젠 치열함을 드러내는 데 어느 정도 내 길을 찾은 느낌이다”고 또 한 번 웃었다.

“아주 헛삽질을 한건 아니었던 거죠.”

이렇게 여유롭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이민정을 지탱해준 것 역시 웃음이었나보다. 그러고 보니 그의 웃음 속에 또 다른 상큼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 욕심 많은 배우 “아직 내 반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못한 걸요?”

5일 개봉하는 이민정의 주연작 ‘원더풀 라디오’(감독 권칠인·제작 아이비전)도 그 자신에게 상큼한 웃음을 머금게 할 수 있을까. 이제는 한 물 간 아이돌 스타, 그래서 남은 활동무대는 라디오 진행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영화에서 이민정은 DJ로서 라디오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좌충우돌하는 그러면서 또 따스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민정 본인 역시 “라디오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10대 시절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두 번쯤 신청곡을 신청하고 사연을 띄우기도 했다. 물론 전파를 타지 못한 사연과 노래에 대한 서운함이 없지 않았지만 라디오는 “다른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내가 짊어진 무게가 별 것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혹시 이민정에게는 또 다른 무게감, 이를테면 ‘원더풀 라디오’ 속 인기를 잃어버린 ‘추억 속 스타’가 될 거라는 불안감이 있을까.

“늘 하는 생각이에요. 나이가 들어 배역에 한계가 생기면 속상하겠지만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이겠죠.”

하지만 동시에 “광채 나는 여배우”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나아가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배우로서 갖는 욕심에서 나온다.

“아직 내 반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못한 걸요?”

이 말에 혹시 독기를 품은 야심가냐고 물었다.

“독기? 재수하면서 끝났어요. 하하!”

다만, 배우로서 연기에 독한 건 당연하다며 “돈받고 하는 일엔 반드시 그 만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이민정에게 이 책임감이란, “스무살에 가졌던 열정”이기도 하다.

하기야 그 열정이 없었다면 “넘어져 다시 일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여전히 길었을 터. 이민정은 “되돌아보면 쓸데없는 걱정도 많았지만 그런 시절을 넘어가면 꼭 어른이 될 것 같았다”면서 요즘 유행하는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