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63년 무명의 단역배우 ‘남춘역’ 병으로 쓰러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3일 07시 00분


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연기를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자,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여기, 비록 무명이지만 그렇게 살다 간 사람이 있다.

1963년 오늘, 무명의 단역배우 남춘역(본명 이종모)이 쓰러졌다. 오랜 세월 괴롭혀온 요독증과 기관지 천식이 악화한 것이었다. 이후 20여 일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병마는 24일 그를 결국 저 세상으로 데려가고 말았다. 44세의 짧고도 힘겨웠던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종모의 죽음은 당시 많은 톱스타급 배우들도 슬프게 만들었다. 18세 때 전북 군산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가수로 나선 그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가수로서 삶을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의 홀대 속에 고향을 찾은 떠돌이 악단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해방 이후 배우를 꿈꾸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그는 그러나 뱃사공, 웨이터 등 단역으로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연기의 꿈은 버릴 수 없었고 이해랑, 김승호 등 당대의 연극인들과 함께 극단 신협에서 활동했다. 그러는 사이 그는 6남매 등 30여 명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서도 힘겨운 책임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극단 신협의 공연 ‘갈매기떼’에 40세의 나이로 17세 소년을 맡아 출연하는 등 열정을 다했지만 건강은 악화했고 결국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의 장례식은 배우협회장으로 치러졌고 죽음을 슬퍼하는 행렬이 동대문부터 종로 거리를 메웠다고 당시 언론은 전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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