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나가수’ 무대, 가스실 들어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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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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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심과 사랑이라면 얼마든지 달릴 수 있어요. 여태 이런 스케줄을 해 본 적이 없어서..(웃음)"

가수 김범수(32)는 요즘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MBC 프로그램 '서바이벌-나는 가수다'에서 그는 '얼굴 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담당'으로 변신했다. 발라드 가수에서 R&B와 발라드, 락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프로그램 참여 전부터 준비해 온 정규 7집 '끝사랑'도 발매됐고, 8월 중순부턴 전국 투어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행복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말이 이해된다.

그의 음악은 듣는 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호소력 있지만 정작 이 음색이 20살 이후에야 다듬어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늘 음악을 듣고 살았지만 한 번도 제가 불러서 표현할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살, 오디션을 봐 연습생이 된 그는 1년 반 정도를 연습실에 틀어박혀있었다. 오전 10시에 연습실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돼야 나왔다. "아침에 버스타고 가면서 보는 해가 그 날 보는 마지막 해였어요." 그 안에서 '무서운 열정을 지닌' 박선주 보컬 트레이너가 내 주는 과제를 수행하며 가수 김범수로의 칼을 갈았다.

원래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이지만 '나가수' 이후로 대중적 인지도가 확 늘었다. 그도 "10년을 넘게 가수로 활동하면서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그간 못한 이야기도 많다. 이어지는 그와의 일문일답.

-잘생겨졌다.

어제(14일)도 사진 촬영을 했는데 사진 작가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신기하다…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똑같은 카메라로 찍어도 다르게 나와"라고요. 그게 기분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표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자신감도 한몫할 테고요. 더구나 많은 분들이 무관심과 비호감이 아닌 호감으로 봐 주시니까..(웃음)

(그는 이번 앨범 '끝사랑' 뮤직비디오에 처음으로 출연,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앨범 재킷에도 그의 얼굴이 가운데 자리 잡았다.)

-늘 편곡으로 주목받는데, 편곡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미션이 주어지면 일단 제가 그림으로 치면 스케치에 해당하는 작업을 해요. 이런 리듬에 이런 구성에 이런 악기로 가고 싶다고. 그러면 형(돈스파이크)이 현실적인 구상을 해 주죠. 밑그림에 색칠을 해 주는 셈이죠. 그런 다음엔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해요. '늪'을 작업할 땐 거의 함께 살다시피 했어요. 또 참여하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저는 늘 같은 사람과 편곡 작업을 하잖아요. 그래서 한 사람의 색깔로 굳어지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예요.

-'나가수'의 장점이 있다면

첫 번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저 같은 가수들이 알려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예요. 무대에 서서 대중에게 검증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죠.

두 번째는 가수들끼리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예요. 스펀지 효과라고 해야 하나요. '님과 함께'를 부를 땐 YB의 무대를 보며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한 게 작용했어요. 그리고 요즘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는데, 김건모 형이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부르는 걸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 참여한 가수들은 어느 정도 자기 틀이 갖춰진 가수들인데 그 틀을 깨고 새로운 무대를 도전하게 되는 게 큰 장점이예요.

-'나가수'의 단점이 있다면

가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갈수록 무거워져요. 늘 논란의 중심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또 그만큼 짜릿하고 보람이 큰 무대라 중독성은 있어요. 다음 무대가 기대되고. 그러나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의 기분은 나치 수용소 가스실에 들어가기 직전의 기분이랄까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이번 앨범 '끝사랑'은 김범수 본연의 발라드로 돌아왔는데.

기존의 제 목소리에서 힘을 뺐어요. 좀 더 가사 전달이나 감정 전달에 집중해서 말하듯 노래하는 부분도 있고…. 이번 앨범은 예전 '보고싶다'를 함께 작업한 작곡가 윤일상, 작사가 윤사라 등 친한 분들과 작업을 했는데,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예전에 겪었던 이별 이야기 등을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보니 제 이야기가 음악에 반영되더라고요. 이번 노래들은 모두 부르면서 눈물이 났어요. 어느 앨범의 곡보다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어요.

-만약 '나가수'를 통해 김범수를 접한 이라면 이번 앨범이 오히려 낯설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웃음) '나가수' 무대는 제가 예전에 가수를 꿈꾸면서 그렸던 가수의 모습을 실현한 무대예요. 원래 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댄스, 락 등 모두 한번쯤은 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약속' '보고 싶다' 등 발라드 곡들이 제 곡이잖아요. 원래 제 모습인 발라드 가수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앞으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요.

-8월 중순부터 전국투어인데.

네. 전 공연이 제일 즐거워요. 평생 할 일은 공연이라는 생각도 해요. 아…'나가수' 덕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가장 좋아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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