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인증샷] 정선아① “내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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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9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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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회수가 늘어갈수록 다음번 만남을 더욱 설레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사석에서나, 인터뷰 또는 프레스콜 때 종종 만난 사이라 하더라도 새롭게 인터뷰가 잡히면 며칠 전부터 끙끙대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배우들 중에서도 이런 인물은 대략 서너 명쯤 된다. 기자도 인간인지라 프라이버시상 그 명단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한 명을 털어놓아야겠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27)이다.

정선아는 요즘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로 살고 있다. 전작이 ‘아이다’의 화려한 ‘암네리스’ 공주였음을 감안하면 위풍당당한 이집트 공주에서 누추한 예술가의 아내로 신분이 급전직하한 셈이다.

신분만 추락한 게 아니라 극의 비중도 줄어들었다. ‘모차르트!’는 누가 뭐라 해도 모차르트를 위한, 모차르트의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정선아는 2010년 한국 초연 때도 ‘콘스탄체’였다.

정선아와의 인터뷰는 서울 압구정동의 분위기 좋은 한 카페 2층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되었다. 정선아는 평소의 성격답게 시원시원하고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분위기도 좋아 인터뷰라기보다는 일상적인 대화처럼 매끄럽게 흘러갔다.

정선아 특유의 ‘말맛’을 살리기 위해 그녀의 어투를 최대한 살려 정리했다. 구어체의 다소 거친 부분은 감안해서 읽어주셨으면 한다. 기사를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디지털이 아닌,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터뷰가 되어 버렸다.

- ‘정선아’라는 배우에게 ‘콘스탄체’는 성이 안 차는 배역같은데요. 어떻게 해서 이 배역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하게 됐을까요.

“다들 그래요.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의리? 저 되게 의리있는 배우거든요. 일단 유희성 단장님(‘모차르트’의 연출가지만 정선아는 ‘단장님’으로 호칭했다)이 하자고 하셨고, 초연 배우들이 ‘다 같이 하자!’해서 하게 된 거죠. (배)해선 언니가 빠져서 좀 그렇긴 하지만.”

“신영숙 언니, 이경미 선배님, (박)은태 오빠, (김)준수. 다 초연 때 함께 한 사람들이잖아요. 아마 앙코르 때 다 바뀌었으면 저 안 했을 거예요. 특히 유단장님이 ‘콘스탄체는 너 아니면 안 된다’라고 하도 그러셔서 ㅋㅋ. 제가 좋아하는 분이거든요.”

- ‘콘스탄체’는 예술가의 아내죠. 극 중 ‘난 예술가의 아내라’하고 혼자 노래를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어떤가요. 실제로 예술가의 아내가 되어 볼 생각은.

“없어요. 왜 내가! 싫죠. ‘모차르트’ 하면서도 남편들에게 농담으로 얘기해요. ‘내가 예술가인데. 내가 모차르트인데 당신들 서브하고 있어. 내가 천재라고!’요. 하하!”

- 부부가 모두 예술가라면 어떨까요.

“사실 이쪽 계통(공연계) 친구를 만나본 적이 있어요. 서로 이해하고, 힘든 점도 나누고. 그런데 전 별로더라고요. 다들(배우) 워낙 예술가 마인드가 있어서. ‘내 여자’, ‘내 남자친구’보다는 자기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 많아요. 나도 그렇고요. 전 야망은 없는 사람이지만, ‘내 남자를 위해서 …’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전 남편이 아니라 ‘아내’가 필요해요.

- ‘정선아의 남자’가 되는 것도 만만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내’가 필요하다니까요. 청소도 잘 해야 하고, 요리도 잘 해야 하고 ….”

‘모차르트!’에서 ‘콘스탄체’는 한 명이지만 ‘모차르트’는 네 명이나 된다. 초연멤버인 임태경, 박은태, 김준수에다 새롭게 전동석이 합류했다. 정선아는 네 명의 남편을 번갈아가며 사랑하고, 배신한다.

- ‘모차르트 4인방’은 제각각 개성이 다를 것 같은데요.

“다르죠. 한 명씩 다 달라요. 아래 도표를 보아 주세요(이 말은 실제로 하지 않았지만).”

① 박은태(은차르트) : 지금도 잘 나가고 있지만 향후 1~2년 안에 최고가 될 거예요. 굉장히 성실한 사람. 전 사실 성실하지 못 해요. 은태 오빠는 너무나 성실하고, 겸손하고 착하죠. 무대에서도 잘 해요. 할 말이 없죠. 누군가 그 사람을 욕한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해요. 나랑은 정말 반대인 사람이죠 ㅋㅋㅋ

② 김준수(샤차르트) : 어우~ 정말 그 아이는 신동입니다. 말 그대로예요. 머리가 참 좋은 듯해요. 초연 때하고 달리 이번 앙코르 공연 때는 투어가 끼어 있어서 연습을 많이 못 했거든요. 연습 두 번 정도 나온 뒤에 런(주: 런스루.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연습하는 것)을 돌았는데 너무 잘 하는 거예요. 초연 때하고 가사가 바뀐 부분도 많았는데, 완벽했어요.“

가끔 저랑 통화도 하고, 카톡도 해요.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죠.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이모들 … 영숙언니, 이경미 선생님도 엄청 좋아하죠. 이건 사담인데 … 극 중간 분장실에 있으면 모니터로 무대에서 준수가 하는 게 보이잖아요. 우리 모두 준수가 할 때면 “어쩜 재는 저렇게 잘 하니”, “우쭈쭈쭈~ 우쭈쭈쭈~”, “재 좀 봐, 재 좀 봐”하고 있다니까요. 특히 경미 선배님의 준수 사랑이 대단하죠.

③ 임태경(임차르트) : 초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음악적보다는 연기적으로 되게 재미있어 하는 느낌이에요. 예전엔 다소 노래로만 했다는 느낌이라면, 이번엔 연기적으로 많이 가고 있죠. 영숙 언니랑 “저것 봐. 연기에 재미 들렸어!”하곤 해요. 서로 주고받는 게 상당히 많아졌어요. 태경 오빠야 자체가 왕자님이고 예술가죠. 음성 안에 다 들어 있잖아요.

④ 전동석(동차르트) : 재미있는 아이같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봤어요. 워낙 잘 생겼고, 키도 훤칠하고. 연예인하고 싶어한다는 말도 들었고. “연예인 하고 싶은 아이가 왜 여길 와? 제대로 하겠어?”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무대에서 혼자 한다”란 얘기도 들었고. 그런데 연습 때는 몰랐는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다르더라고요. ‘그냥 멋있기만 하겠지’했는데, 그 아이만의 아픔이 분명하게 보였어요. 진심을 다해, 열의를 다해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연습실에서 마지막 연습을 할 때 ‘이 아이에게 이런 게 있구나’하는 걸 봤죠.

- 네 명의 남편 중 두 명은 연상이고, 두 명은 연하로군요.

“준수는 모르겠는데, 동석이는 연하로 느껴져요. 일단 무대에서 참 잘 생겼더라고요. 하하하!”

- 여배우 사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몰라도 ‘가장 부러운 배우’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선아를 꼽더군요. 그만큼 많은 것을 가진 배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뭘 그렇게 많이 가졌기에.

“전 받은 게 많아요. 모두 부모님한테 받은 거죠.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사실 엄마가 성악 쪽을 하셨어요. 어려서부터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죠. 성악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소리를 낼 수는 있어요. 아빠는 음치셨죠.”

“노력한 거에 비해 운이 좋긴 했지만, 사실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신데렐라처럼 하고 있는 건 아니죠. 다른 사람들이 다른 거 할 때 전 중2부터 뮤지컬만 팠어요. 대학이 아닌 뮤지컬배우를 목표로 한 길을 간 거죠. 내가 들인 시간, 노력, 부모님의 투자. 다른 사람하고는 비교할 수 없어요.”

“뭐 제가 주인공 여배우하기에 키도 고만고만 적당하고, 외모도 그냥 준수하고(ㅋㅋㅋ), 노래도 그렇고.”

정선아는 배우 외에 ‘사장님’이라는 직함을 하나 더 갖고 있다. ‘이비자(IBIZA) 하이퍼 태닝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 논현점에서 출발해 현재는 압구정점, 홍대점, 대학로점, 부산점, 일산점, 인천점 등 체인점이 무려 일곱 군데나 된다.

“친구하고 같이 하는 거예요. 투잡이 쉽지는 않아요. 저는 원래 버는 만큼 쓰는 타이프거든요. 제로죠. 그런데 돈에 연연해서 작품을 결정하고, 따라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자면 경제적으로 뭔가 다른 일이 필요했죠.”

“전 욕심이 많은 애는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역할 다 해봤어요. 그래서 ‘이것도 내가 해야 해’, ‘저것도 내가 해야 해’하는 건 없어요. 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알아요.”

정선아는 10대 시절에 이미 자신의 미래 플랜을 모두 짜 놓았다. 스무살에는 뮤지컬 배우로서 이 정도 … 30대 후반에는 뮤지컬 아카데미를 세운다 …는 식이다.

“시장이 커지고, 좋은 작품이 많아지고 있지만 배우는 한정되어 있죠. 사실 우리는 좋죠. 우리가 다 해 먹으니까. 하지만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도 무척 많아요. 제 팬들 중 많은 사람들도 그렇고요. 그 중에는 저를 롤모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뮤지컬 배우를 트레이닝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꼭 만들고 싶어요. 마흔이 되기 전에. 그때까지 제가 배우로 계속 남을지는 모르겠어요. 박수 칠 때 떠날 거니깐.”

- 학창시절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더군요. 외국생활을 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초등학교 때죠. 아빠 사업 때문에 5년 정도 사우디에 있었어요. 들어는 봤나! 사우디아라비아!! 하하! 거기서 초등학교를 다녔죠. 부모님을 따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이집트 … 해외여행을 참 많이 다녔어요. 그래서 아마 다른 또래의 친구들보다 어려서부터 열려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빨리 캐치를 하셨죠. ‘이 아이는 우리나라 식으로 가르쳐선 안 된다’.”

정선아의 부모는 5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다섯 살 아래 남동생도 함께. 정선아는 5년 전부터 혼자 살고 있다.

<2부에서 계속>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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