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 “혼잣말하는 영혼, 혼자놀기 고수됐죠”

  • Array
  • 입력 2011년 4월 4일 07시 00분


■ ‘49일’ 상큼발랄한 영혼 남규리

‘전설의 고향’엔 귀여운 귀신 없잖아요
혼자 캐릭터 공부하고 상상하고…리액션 없이 연기도 홀로
이젠 바비인형 대신 ‘종이인형’이래요 하하

SBS 수목드라마 ‘49일’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드나들며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여주인공 신지현 역의 남규리. 그는 “상대에게 행동과 말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아 혼자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SBS 수목드라마 ‘49일’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드나들며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여주인공 신지현 역의 남규리. 그는 “상대에게 행동과 말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아 혼자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여성 그룹 씨야 멤버 출신이라는 말보다 연기자라는 표현이 친숙하다. 데뷔작인 영화 ‘고사’에 나올 때만 해도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여기에 소속사와 관련해 시련을 겪으면서 아직 어린 나이에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했기에 지금 그는 주연급 연기자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달콤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키는 대로 연기를 하니 제 자신도 어색하고, 보는 사람들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죠. 지금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 스스로 갈증을 느껴요. 알 듯하면서도 모르는 게 연기니까 목이 더 마르죠.”

남규리(26)는 지난해 김수현이 극본을 쓴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출연한 데 이어 곧바로 SBS 수목 드라마 ‘49’일(극본 소현경ㆍ연출 조영광)에 이요원 조현재 등과 출연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8개월을 넘게 촬영하다보니 몸이 많이 지쳐있었어요. 한달 여 정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씨야의 마지막 무대를 위해 옛 멤버들과 음악 작업을 해야 했고요. 겨우 숨을 돌리고 있던 차에 ‘찬란한 유산’ ‘검사 프린세스’등의 극본을 쓴 소현경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죠. 지금 아니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본을 냉큼 받았어요.”

● 뇌사자의 영혼 역할 “상대 리액션 없이 혼자 연기하려니 외로워요”

‘49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결혼식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주인공 신지현이 남규리가 맡은 배역이다.

“무서운 귀신이라면 ‘전설의 고향’을 통해서 캐릭터를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영혼이다 보니 마땅히 참고할 드라마나 영화가 없는 거예요. 고작해야 영화 ‘사랑과 영혼’ 정도죠. 그것도 제 맡은 신지현 캐릭터와 많이 달라서, 혼자 상상하고 감독님과 상의해서 연기하고 있어요.”

영혼 역할이다 보니 대사 대부분이 혼자 말하는 방백. 상대역에는 들리지 않는 대사이다 보니 이른바 리액션도 없어서 연기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

“상대에게 제 행동과 말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으니 혼자 연기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정말 외로워요. 그래서 제 별명이 종이인형이에요. 혼자 말하고 혼자 연기하는 분량이 많아서 혼자 놀기 고수가 된 것 같아요. 하하하”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은 감정과 눈물 연기다. 첫 촬영이 처음 보는 배우를 부모라고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제가 죽은 모습을 보고 오열하는 엄마와 아빠를 보고 울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감정이입이 안 되더라고요. 2월 초에 촬영해서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정도 된 것 같아요. 눈물은 나오다 얼 것 같았고요. 찍긴 찍어야 하는데 눈물은 안나오고,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감정을 잡았어요.”

다행히 연출자가 이런 노력을 평가해 한번에 촬영이 끝났다. 그런데 정작 남규리는 아쉽기만 하다. “감독님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제 촬영신은 오케이를 해주시죠. 혼내거나 지적해주시면 좋을 텐데 말이죠. 오히려 제가 ‘잘 한건가’하고 눈치를 보게 되고 자책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남규리는 이처럼 자신이 연기자로서 자리잡는 데는 다른 누구보다 김수현 작가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선생님의 칠순이었어요. 인사드릴려고 전화 했더니, ‘소 쿨(so cool)’한 성격처럼 ‘네 할 일이나 잘해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초롱이를 빨리 버리고 새 캐릭터에 젖어들라고 새로운 일을 한다고 하니 축하한다고 격려해주셨죠.”

이정연 기자 (트위터@mangoostar) annjoy@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