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띄우기, ‘슈퍼팬’들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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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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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까지 나서는 팬들의 스타사랑

팬들이 직접 통장을 만들어 7개월 동안 모은 정성으로 만든 ‘완전무결두근버스’. 팬들의 사랑이 선물 보내기에서 작품 홍보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팬들이 직접 통장을 만들어 7개월 동안 모은 정성으로 만든 ‘완전무결두근버스’. 팬들의 사랑이 선물 보내기에서 작품 홍보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20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앞에 KBS 월화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에 출연하는 배우 장근석의 얼굴이 새겨진 버스가 나타났다.

마침 지하철 입구에서 나오던 최모 씨(27·여)가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진 ‘매리는…’의 버스를 보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저 버스를 누가 만들었을 것 같으냐”고 묻자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 쳐다보면서 “드라마 제작사에서 만들었겠죠!”라고 말했다.》

‘완전무결두근버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래핑 버스는 2일부터 한 달간 서울 강남, 잠실, 여의도 등 3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래핑 버스는 대형 버스에 광고 홍보문구나 이미지를 붙여 프로모션과 이벤트, 홍보에 활용하는 차량을 가리킨다. 이 버스는 장근석의 팬클럽인 ‘장근석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팬들이 7개월 동안 모은 돈으로 운영한다.

스타를 향한 팬들의 사랑이 진화(進化)하고 있다.

과거에는 스타에게 직접 선물을 보내거나 인터넷상에서 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작품 홍보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팬들은 농담처럼 시작된 홍보용 버스 제작을 위해 ‘근갤(장근석 갤러리) 일수통장’을 만들어 한 번에 1만 원 이하의 돈만 입금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통장에는 실명 대신 장근석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주도적으로 활동해온 양모 씨는 “팬들이 7개월 동안 차근차근 모았다”며 “아들 같고, 동생 같은 ‘장배우’가 1년 만에 컴백하는 작품인 만큼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근석과 관련된 기사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팬들이 7개월 동안 모은 돈은 1500만 원. 이 중 1000만 원이 래핑 버스를 꾸미고 운행하는 데 사용됐고, 500만 원은 9월 서울시내 간선버스에 장근석의 아시아 투어 마지막 팬미팅을 위한 홍보 광고를 붙이는 데 쓰였다. 팬들은 커피 값과 교통비 등을 아껴 조금씩 돈을 모아 통장에 입금했다. 실제로 팬들이 입금한 50개의 통장에는 10원부터 최대 1만 원까지 다양한 액수가 찍혀 있었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스타K 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존 박의 경우 팬들이 직접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 개설된 그의 팬카페 ‘God Bless John’은 9일에도 ‘존 박 이제는 인증왕으로 불러주세요’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사진과 함께 보내왔다. 이들은 “우리는 10대∼40대 이상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존 박의 노래와 인생을 응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고 있다”며 “추가 자료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고 밝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용이해지다 보니 스타에 대한 팬들의 애정 표현도 더욱 집단화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요즘 팬클럽은 스타를 그저 바라보거나 광적(狂的)으로 빠져드는 것에서 벗어나 스타와 관련된 일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면서 즐거움과 일체감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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