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할’…절묘한 감동과 소름끼치는 영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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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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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와 예수가 만난다?

지난 14일 개봉한 독립영화 ‘할’은 여러 가지로 독특하다.

우선 불교와 가톨릭의 교리를 소재로 두 종교를 아우르는 점이 특이하다. 캐논, 모토로라 등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 CF감독으로 유명한 윤용진의 첫 영화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또 러닝타임 87분짜리 영화를 DSLR 카메라인 캐논 5D Mark II로 담아냈다는 것도 화제다.

게다가 최근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으로 촉발된 개신교와 불교계의 갈등도 영화 개봉시기와 우연하게 맞아떨어졌다.

우천과 미카엘은 보육원에서 형제처럼 자랐지만 함께 성장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적 갈등을 겪는다. 먼저 신부가 된 미카엘이 출가하겠다는 우천을 말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큰스님 청송(우상전)
큰스님 청송(우상전)

출가한 우천이 큰스님 청송과 1박2일의 화두여행을 떠나고 우천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부처 수업’을 받게 된다.

우천의 발걸음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그와 함께 고민하고 깨달아가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중견 CF감독이 담아내는 절묘한 영상미는 스토리 이외에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앵글에 잡힌 구름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하늘에서 흐르고, 낮은 곳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맑은 계곡물은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일순 세상이 고요하게 정지하고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우천(조용주)
우천(조용주)

청송이 던지는 화두와 함께 나오는 성경구절에 따라 1~8교시로 나누어 관객으로 하여금 우천과 함께 수업에 동참하게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청송과 우천을 따라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동행하면 어느덧 자연 속에서 참선과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나를 발견한다.

결국 부처의 자비와 예수의 사랑은 하나의 가르침이란 것을 우천과 관객은 동시에 느낀다. 모든 종교의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쯤 입에서 절로 나오는 소리가 바로 ‘할’이다.
‘할’은 선종에서 스승이 참선하는 사람을 인도할 때 질타하는 일종의 고함소리다. 즉,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절대의 진리를 나타내는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카엘(안홍진)
미카엘(안홍진)

이 영화의 백미는 세 가지다. 우천이 스님 복장으로 눈 덮인 산에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모습과 깨달음을 얻은 우천이 미카엘을 찾아가 끌어안는 장면, 그리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수려한 자연 경관을 담은 로케이션.

우천이 출가해 큰스님 청송과 머무는 곳은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사 사명암이다. 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단 두 명뿐인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인 동원스님이 머물고 있다. 또 화두여행에 등장하는 산천은 강원도 오대산 소금강, 고석정이고 우천과 미카엘이 재회하는 곳은 안면도 삼봉해수욕장이다.

독특한 영상미와 일반 영화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소름돋는 감동이 극장을 나올 때까지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김동석 동아닷컴 기자 kim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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