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극장가, 대박 없는 대목?…기대만발 주요 개봉작 포장비해 내용은 부실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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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직전 개봉하는 ‘퀴즈왕’(위)과 ‘그랑프리’는 한국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던 TV퀴즈쇼와 경마를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소재만큼 신선한 이야기를 뽑아내는 데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사진 제공 이노기획 영화인
《넉넉해 보이는 추석연휴. 생각 없이 맞고 나면 뭘 했는지 모르게 흘러가버릴 것이 틀림없다. 하루쯤 영화관에 가볼까.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서 “스타 배우가 총출동하고 다양한 장르가 망라돼 관객들이 행복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 추석 박스오피스 메뉴의 실상은 물가(物價)에 치인 제사상만큼 빈약하다. 연휴를 앞둔 16일 개봉작은 한국영화 ‘그랑프리’ ‘퀴즈왕’ ‘무적자’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할리우드영화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등이다. 이 중 가족 또는 연인과 한가로이 즐길 만한 작품은 ‘시라노…’ 정도 뿐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TV 드라마 ‘아이리스’로 주가를 올린 김태희 주연의 ‘그랑프리’다. 경마(競馬)라는 독특한 소재, 3월 제대한 양동근의 컴백작이라는 사실도 관심을 모았다. 7일 언론시사로 공개된 결과물의 만듦새는 한국영화 스토리텔링의 퇴보가 우려될 만큼 조악하다.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난 청춘 남녀가 느닷없이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두 남녀의 보호자들 역시 오래전 한 맺힌 이별을 나눈 연인 사이였다는 시대착오적 스토리. 달콤한 선율에 ‘우연히 만나 뜨겁게 사랑한 연인’의 모습을 천편일률적으로 담아냈던 1990년대 대중음악 뮤직비디오를 1시간 49분 동안 반복 재생하는 느낌이다. 베테랑 배우 박근형 고두심이 “아니, 당신은…!” “그것은 내 못난 죄책감이오!”처럼 닭살 돋는 대사를 진지한 얼굴로 토해내는 모습은 안타까움마저 안긴다.

장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퀴즈왕’도 김수로 한재석 등 무더기 주연배우 12명의 팀플레이 덕에 독특한 맛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스크린 속 배우들은 러닝타임 2시간 내내 즐거워 보인다. 문제는 산만하게 쪼개진 이야기가 스크린 밖 관객과 배우들을 자꾸 갈라놓는다는 점이다. 영화관에 앉아 대학로 연극을 보는 듯한 신선한 감흥은 10여 분을 넘기지 못한다. 장면마다 적잖은 웃음이 터지지만 그 폭소들은 이야기의 축에 힘을 싣지 못한 채 조각조각 흩어진다. ‘간첩 리철진’ ‘아는 여자’에서 보여줬던 이야기꾼의 솜씨가 아쉽다.

외국영화로 눈을 돌려도 별 대안이 없다. ‘레지던트 이블 4’는 2007년 3편에서 ‘인류의 멸망’을 선언했던 것이 무색하게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나왔다. 3차원(3D) 입체영상 효과도 적어 고글을 쓰고 보나 벗고 보나 별 차이가 없다. 유일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는 위악적 성격의 주인공이 순수한 동심 덕에 행복을 찾는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다뤘다. 120여 년 전 오스카 와일드가 쓴 같은 내용의 동화 ‘욕심쟁이 거인’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떨어진다.

흔히 일컫는 극장가의 ‘추석 대목’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해마다 추석연휴 직전에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성적은 2006년 3위 ‘타짜’(579만 명) 이후 신통치 못했다. 2008년 ‘신기전’은 375만 명이 관람했지만 그해 개봉영화 흥행 12위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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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사 유니코리아 박민정 이사는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 ‘대목’은 극장에 대박 영화가 많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라 소비자인 관객이 많이 나오는 시기”라며 “품질과 흥행에 자신 있는 작품은 오히려 경쟁을 피해서 비수기에 개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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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랑프리’ 인터뷰





▲영화 ‘퀴즈왕’ 예고편







▲영화 ‘레지던트 이블4’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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